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2)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2)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9.02.1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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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기록은 기억으로 기억은 생각으로 생각은 창의로 이어졌다. 기록한다는 것은 정보를 담는 것이고 정보를 담는 것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며 지식의 축적은 권력을 갖는 것으로 연결된다. 유목사회는 가축의 수(數)가 농경사회는 토지의 넓이와 노동력의 수(數)가 힘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권력은 빠르게 `지식'으로 변모한다.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가? 얼마나 빨리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가? 가 힘의 근원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대량으로 기록(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개인과 조직이 힘을 갖는 것이다.

인류 천 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기록기술의 혁신은 `금속활자 인쇄술'이다. `직지'는 정보를 대량으로 저장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기록기술의 혁신이 고려 흥덕사인 청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지금까지 나타난 증거로만 볼 때) 살아 있는 증거다. 이러한 기록기술의 혁신은 여러 가지 갈래로 나간다. 고려에서 뻗어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서구사회를 혁신한다. 금속활자 인쇄술로 성서의 대량 보급이 가능해져 그동안 고위직 가톨릭 사제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던 하느님의 말씀이 대량 인쇄된 성서를 통해 퍼져 나가고 이는 `종교혁명'으로 이어진다. 인쇄술 발달은 지식의 보편화와 민주화를 앞당기고 마침내 `시민혁명'을 촉발시켜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든다.

이처럼 금속활자 인쇄기술로 대변되는 기록기술의 혁신은 서구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은 고려의 새로운 사회적 혁신을 이루는 데는 서구처럼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록기술의 혁신으로 금속활자 인쇄술이 창안되고 보급되었다 하더라도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서는 지배계층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었으며 책 발간도 소수 인쇄기술자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록기술도 텍스트로 특정되는 `책'으로만 제한되었다. 결국, 기록기술의 혁신은 있었지만, 소수의 가치를 소수의 사람이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확산하는 방식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기록문화는 급속한 과학 기술의 진보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록의 주체가 소수계층에서 벗어나 시민 개개인으로 바뀌고 있으며 텍스트 중심의 기록문화에서 벗어나 영상과 그림, 소리를 포괄하는 다중적인 기록문화로 나가고 있다. 아울러 전문적인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 개개인의 사소한 일상들이 더 많이 기록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기록문화의 근본이 달라지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시민 개개인 모두가 기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체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흥미 있는 분야뿐 아니라 전문적인 영역까지 1인이 혹은 소수가 정보와 지식을 기록하고 유통하며 나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플랫폼은 이러한 개개 시민의 정보를 집적하고 판매하고 유통시키는 거대 기록문화 플랫폼이다.

기록문화 창의도시는 시민 모두가 정보를 기록하고 지식을 전파하는 주체가 되는 도시다. 시민이 생산한 정보가 기록되고 유통되는 문화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책을 넘어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남겨지고 그 기록에 문화의 가치를 담아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도시다. 도시의 옛 기록이 문화의 옷을 입고 새롭게 재생되는 도시다. 시민 모두가 1인 유튜버, 1인 미디어메이커, 1인출판사가 되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창조하는 도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들이 도시 관광과 문화소비로 연결되어 스스로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가 조성된 도시다. 청주의 새로운 미래 기록문화 창의도시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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