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는 `동심만리'의 출발점
배려는 `동심만리'의 출발점
  • 김구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 승인 2019.02.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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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김구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고대 그리스의 신희극 작가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후계자인 테오프라스토스의 제자인 메난드로스(Menandros, BC 34 2~BC 292)는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명약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라고 했다.

그는 아테네에서 태어나 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았으며, 마케도니아 왕 데메트리우스 1세의 총애를 받았고, 철학자 에피쿠로스와도 친하게 지냈다고 하는데 평범한 아테네 시민의 일상에서 작품의 제재(題材)를 찾아 연애 중심의 희비극을 썼으며 로마 희극의 표본이 돼 후세의 희곡문학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의 완전하게 남아 있는 `까다로운 성격자'의 작품에서 한 말은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사랑의 명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라는 말이다.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정의돼 있는데, 이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보다 주변을 먼저 돌아보고 함께 나가자는 말로, 한범덕 청주시장님의 `동심만리(同心萬里)'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여류작가로서 장편소설 `대지'를 집필해 노벨문학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펄 벅(Pearl Buck)이 황혼의 나이에 우리나라를 방문해 경주의 시골길을 가면서 있었던 일화이다.

한 농부가 소가 끌고 가는 달구지에 짚단을 싣고 본인 지게에 짚단을 나눠지고 가는 것을 보고 “달구지에 짐을 모두 싣고 편하게 가지 왜 등에 짐을 나눠지고 가느냐?”라고 묻자 농부가 “소도 나도 온종일 힘들게 일해 힘이 드니 돌아가는 길의 짐은 나눠 가야지요”라고 농부가 대답했다.

이에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라고 펄 벅이 감탄했다고 한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처럼 우리 민족은 남에게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다. 그러나 전통의식이 많이 사라진 현대에는 `나만 아니면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은 안 된다'라는 식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남을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2019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한범덕 청주시장님은 새해의 사자성어를 `동심만리'로 정하고 대내외의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시민의 마음을 한 데 모아 함께 웃는 청주를 만들 것을 표방했다.

필자는 한 시장님의 `동심만리'라는 사자성어를 살펴보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된 우리 사회에서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이끌어 다 함께 잘 살아가자는 매우 신성하고 숭고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 펄 벅이 경주 여행에서 농부가 소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보고 느꼈던 감동을 공감할 수 있었고, 그리스 아테네의 메난드로스가 말했던 `단 하나의 사랑의 명약'과 `동심만리'가 상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종교라든지 출신 지역이라든지 동문이라는 등의 어줍은 생각으로 파벌을 조성하고 독선을 부리는 사람들은 이제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를 타이르는 어른에게 삿대질하는 철없는 아이 부모도, 차례를 무시하고 새치기하는 파렴치한도 모두 `배려'와 `동심만리'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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