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Fantaisie- lmpromptu Op.66’-의 회화성
쇼팽-‘Fantaisie- lmpromptu Op.66’-의 회화성
  • 강석범 청주산남고 교사
  • 승인 2019.02.13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청주산남고 교사
강석범 청주산남고 교사

 

프랑스 파리 외곽에는 도심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20여 년 전 처음 파리여행 때 무슨 이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공동묘지를 찾았었습니다. 묵직한 대리석으로 다양하게 꾸며진 공원묘지에서 모딜리아니와 유명한 샹송 가수 에디뜨삐아프, 가장 인상 깊었던 쇼팽의 무덤, 그곳은 평일이었음에도 많은 추모객과 각종 꽃다발이 묘비 앞에 수북했습니다. 그 후로 한동안 쇼팽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하다가 몇 해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으로 인해 다시 쇼팽에 대해 인식하게 된 정도? 그 정도가 필자가 가진 쇼팽에 대한 인식 수준입니다. 클래식 음악인들을 나열해보라 한다면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의 운명이나 비발디의 사계 정도가 제가 지닌 솔직한 클래식 인식 수준입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해 유명한 것은 알지만 쇼팽의 곡이 무엇이고 어떤 느낌인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필자는 얼마 전 우연히 집에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들의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들었습니다. 들어봄직한 클래식 연주곡이었는데 (아마도 유명한 곡이었던 듯)갑자기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와우~ 정말 멋지다. 음악 속에서 이런 회화적 요소가 묻어나다니, 정말 멋진 곡인데? 라고 생각하며 후다닥 일어나 아이에게 방금 연주한 곡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들 무슨 곡이야? 멋진데? 한 번 더 연주해 줄 수 있어?” “쇼팽의 즉흥환상곡인데 좀 어려워요~”

이 곡의 제목은 F. Chopin의 `Fantaisie- lmpromptu Op.66'입니다. 음악 속에서 회화적 요소가 묻어난다고 하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죠? 미술에서 회화적이란 뜻은 독일의 미술사학자 뵐플린 HeinrichWolfflin(1864~1945)에 의해 일반화된 표현으로서, 선적(線的, 또는 조각적)에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뵐플린에 따르면`작품에서 선적이라 하면, 마치 손으로 만져질 듯이 윤곽이 강조되며, 조각적인 명확함을 지니고 표현되는 데 반해, 회화적인 경우에는 그런 뚜렷한 구별과 윤곽은 없어지고 단지 명암, 색채 반점, 운동의 현상만이 표현된다'고 합니다.

결국 회화적이란 표현은 주어진 규칙, 규범대로의 움직임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움직임이라 해 둔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미술에서도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자유롭고 활기찬 작품을 대개 `회화적 요소가 강하다'라고 말합니다. 쇼팽의 `Fantaisie-lmpromptu Op.66' 연주곡은 중반쯤 독특한 연주기법이 나옵니다. 반주와 멜로디가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고 템포를 조금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며 음악을 이끌고, 멜로디는 알았다는 듯이 반주를 따라 뛰어다닙니다. 이러한 기법을 `루바토(Rubato)'라 부르며, 쇼팽은 다수 작품에서 루바토 표현 형식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왼손은 악곡의 정확한 템포로, 오른손은 루바토를 적용시켜 자유로운 템포로 연주하는 쇼팽의 환상적인 피아노곡을 들으며 `아~ 음악에서도 이러한 회화적 요소가 등장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됐던 것입니다.

음악에서 스스로를 이끌고 따라가고, 밀고 멈춰주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쇼팽, 아들의 연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아들이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들으며 웃음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