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대신 희망을
눈물 대신 희망을
  •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9.02.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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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고개도 어깨도 떨구지 마십시오. 행정부지사님과 매일 아침 진행하는 도와 시군 간 구제역 대책 영상회의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안성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우리 도에까지 파편이 튄 것은 도민들께 송구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방역행정을 담당하는 관계자, 현장 방역을 관리하는 방역기관, 그리고 축산농가 여러분께는 절대 눈물도 어깨도 떨구는 일도 없기를 바랐다.

악성 전염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그간 고군분투했다. 특히, 구제역 예방접종에 관한 한 우리 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방어율이 나타나고 있었다. 3년 전의 통계상 오류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진행한 조사였기 때문에 충분히 신뢰했다. 반경 500m 내 사육하던 소에 대한 검사결과 항체율은 100%였다. 주사기 사용이 서툰 소규모 농장이 늘 방역에 취약했는데 이들에 대해 공수의사가 직접 접종한 것도 잘한 것이었다. 그랬던 만큼 발생농장의 소는 11마리 중 1마리만 발생한 채 한 우리 안에 있는 다른 소는 물론 인접한 농가에도 전염되지도 않았다. 예방접종의 효과를 단단히 본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발생 농장주의 신고정신도 다른 지역과 확실히 달랐다. 역학조사반의 현지조사 결과 신고지연이라고 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증상을 발견하고 곧장 신고한 것은 그만큼 홍보가 잘되었고, 대비를 잘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거가축과 인접농장을 검사한 결과 감염항체도 `0'이었고, 발생농장 내 차량바퀴, 기구 등의 환경검사 결과 잔존한 바이러스가 없음을 확인했다. 관계기관의 초기 방역도 잘했다는 증거가 된다. 예년과 달리 행정구역 전체를 이동제한 하는 등 과한 방역조치에도 불편을 감수하고 협력해 준 축산 농가들이야말로 방역의 일등 주인공이 되어 주었다.

설 연휴기간이라 인력동원 등에도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재난상황으로 간주하고 흔쾌히 유관 부서의 협조를 통해 극복했다. 향토사단과 19전투비행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으로 방역장비 지원에 망설임이 없이 진행되었다. 일반 시민들도 연휴기간 중 축산시설 방문 자제 등에 동참해 주었고 불편함을 감수해 주었다.

구제역 예방접종 정책 시행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조치를 하면서 많이 낙심했을 방역대응 요원들과 축산관련 종사자들. 부디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았겠고, 기왕 발생한 것에 대해 조기종식을 위해 힘을 내어 주길 바라본다.

이제 남은 것은 굳히기 한 판이다. 1차 고비는 연휴기간 중에 지나갔고 나머지 2주 일차가 2차 고비이다. 굳히기 한 판이 필요할 때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굳히기 한 판!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첫째는 소독, 두 번째는 이동 최소화, 세 번째는 살처분이다. 이 세 가지는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는 `전염 3요소'의 핵심이다.

첫 번째 요소인 바이러스는 소독하면 되고, 두 번째 요소인 감염매개체는 가축이나 차량의 이동을 최소화하며, 세 번째 요소인 감수성 동물은 이미 살처분 완료로 제거되었다. 나머지 두 가지 요소를 두고 어느 지점, 어느 구간이 취약한지 살피고 찾아내어 조치하면 굳히기 한 판은 성공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종식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10월부터 방제하느라 힘들었을 관계관들에게 염치없지만, 우리 지역의 빠른 안정을 위해 눈물 대신 용기를, 처진 어깨 대신 희망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기에 따라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 희망의 씨앗임을 새기며, 오늘의 고된 경험이 미래에는 희망으로 돌아오는 소중한 씨앗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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