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도시재생과 토지자본의 경계
손혜원, 도시재생과 토지자본의 경계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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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한꺼번에 쫓아내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도시재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이 어느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나는 이 문장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시대의 화두가 되어 있는 도시재생은 그러나 참 어렵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병처럼 숨어 있으되, 가장 큰 난제는 토지자본의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조차 “공간적 배경이 바뀐다 한들 인식의 거점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인식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일갈할 정도이니, 공간(토지)에 대한 자본적 욕망은 언제나 `도시재생'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2015년 출범한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 합류하면서 나는 `사람 중심 창조적 도시재생'을 센터 슬로건으로 제안하면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사람이 떠나면서 황폐해진 도시의 특정 장소에 사람이 돌아오게 만드는 일이 도시재생의 근본 목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의 도시재생은 `사람'보다는 `장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거기에 꿈틀대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탐욕은 결국 도시재생을 정권이 바뀐다면 또 하나의 착각 내지는 오류였다는 실패와 비난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된 국회 손혜원 의원과 목포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문제의 요점은 간단하다. 연고가 없던 목포의 구도심에 개인과 친인척, 그리고 지인들의 명의로 부동산을, 그것도 꽤 많이 사들였다는 팩트와, 그 행위가 부동산 `투기'인가 아니면 사라질 위험이 큰 문화재 `보존'인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나는 일단 각종 규제가 엄격한 문화재 지정 대상지임을 감안할 경우, 이를 시세 차익을 노려 `투기'를 했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 없다. 문화재보호법은 엄중하다. 갖가지 개발과 전매행위가 제어됨은 물론 심지어 개발 과정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문화재 발굴 조사비용조차 개발사가 전액 부담하도록 할 정도다. 손혜원 의원이 사들인 부동산은 빠짐없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어서 소위 단기성 투기 형식의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그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재생'을 화두로 삼은 이상 그 경로에 대한 논란은 공간(토지와 건물)의 공(公.Public)과 사(私.Private) 경계 사이에 숨어 있는 진정성에서 찾아야 할 일이다.

소멸될 것이 두려운 근대문화유산의 덕목은 가당하다. 그리하여 사재를 털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신념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여기는 일반적 인식과 부동산을 통한 기하급수적 부의 창출 및 무노동의 풍요가 여전히 약속되고 있는 욕망의 현실 또한 여전히 확고하다.

차라리 사재와 개인적 인간관계에 앞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그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일이 선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지극하다.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여론이 형성되는 생활의 공간'으로 정의한 공(公.Public)의 개념은 `손혜원'이 `도시재생'을 만나면서 미리 염두에 두었어야 할 아포리즘이다.

또 하나 그토록 간절한 마음으로의 문화재 지킴의 신념을 위한 부동산 매입이 증여와 절차의 정당성,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서의 위치, 조카 명의의 구입 등의 과정을 통해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음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공정성의 문제는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 땅의 청년세대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금융과 무역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문화와 예술, 인문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통해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다.

간송 전형필 또한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수탈에서 전통을 지키면서, 사재를 털어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일에 매진해 왔다.

영 찝찝한 것은 그 근대문화유산이라는 것이, 문화재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점인데 … 메디치 가문과 간송의 생각이 궁금하다. 차라리 그런 흔적 대신, 모든 것이 사람중심으로 펼쳐지는 인식의 전환이 도시재생의 시작과 끝이 되길 바란다. 사리사욕의 `땅'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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