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도원(任重道遠)
임중도원(任重道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12.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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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취재3팀(부국장)
김금란 취재3팀(부국장)

 

급히 먹으면 체하고 급히 가면 먼저 지치는 법이다.

기본과 원칙만 지키면 세상사 복잡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면 일을 망치게 되고 이를 수습하느라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1위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 담긴`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앞세워 다양한 개혁과 변화를 꾀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를 모토로 올 한 해 남북관계, 노동복지, 부동산 정책, 교육 등 다양한 과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모토는 모토일뿐. 갑의 횡포는 여전했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삶은 팍팍했다.

최근엔`공항갑질'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에서 경남 김해로 떠나기 위해 보안검색을 받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어진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 달라는 공항 보안요원의 요구에“너희들이 뭐 대단하다고 (고객에게) 갑질을 하는 거야”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해명과 변명으로 일삼던 김 의원은 결국 사건 발생 닷새만인 25일 보안직원에게 전화해 사과했고 국회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부덕의 소치다. 더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국회의원의 무게를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면 국민 누구나 하는 일을 김 의원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의정활동을 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최근 강릉 펜션에서 발생한 고 3 수험생 사망사고는 어떠한가.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는 수백명의 학생을 잃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시스템 개혁을 외쳤지만 지난해엔 제천 화재사고로 29명이 희생됐고, 최근엔 가스누출 사고로 대학 입학을 앞둔 3명의 고등학생을 떠나보냈다.

후진국형 사고에 정부의 사후약방문 처방은 여전했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는 교육부는 그해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강릉 팬션 사고가 발생한 12월엔 학교 현장의 체험학습 실태 조사에 나서는 것으로 문제를 수습하고 있다. 교육부는 언제까지 눈감고 코끼리 다리만 만질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또한 올해 국정감사의 핫이슈로 부각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친·인척 정규직 전환 부정 채용은 기회가 누구에게나 평등할 수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청년 취업을 입으로는 걱정하면서도 뒤에선 내 자식, 친척 등을 챙긴 고위 관료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을 향한 갑질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한 현 정부가 짊어진 짐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고 가는 길 역시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짊어진 짐 자체가 국민만 생각하는 것이라면 무거워도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더디더라도 옳은 길을 간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는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짐을 앞세워 권력을 탐하고, 누리고, 제사람만 챙기는 수단으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민이 되려 정부를 짐으로 여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올해 초 교수들은 2018년 신년 희망 사자성어로`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을 뽑았다. 무술년을 보내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혹시 바른 것은 감추고 그릇된 것만 드러난 해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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