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상처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아물지 않는 상처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12.20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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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센터 화재 참사 1주기
부실한 방화관리·대응 소방력 부재 탓 화 키워
사망 29명·부상 40명 … 전형적 최악 인재 기록
밀양 종합병원·서울 고시원 불 등 비극 되풀이
셀프 안전점검-건물 불법 증·개축 등 `판박이'
충북 화재안전특별조사 … 중대 위반 561건 적발
전문가 “대부분 사고, 비용 투자 안한 탓” 지적도

오늘로 꼭 1년이 흘렀다. 제천시 한 복합건물에서 불이 나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참사. `제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 센터 화재'. 사망 29명, 부상 40명. 전례 없던 대형 화마(火魔)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재난대응시스템 부재, 소방·안전 취약 요인, 질 낮은 시민의식 등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제천 화재 참사 발생 1주기를 맞아 당시를 되돌아보고, 안전의식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해 21일 오후 4시쯤 화재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 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건물내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천소방서 제공
지난해 21일 오후 4시쯤 화재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 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건물내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천소방서 제공

# 비명·통곡 난무 `아비규환'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3시48분쯤 제천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 센터.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가연성 건축 자재를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이후 화염과 농염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 건물 전체로 확대됐다.

화마는 잡히지 않았다. 인명 수색이 발생 2시간여가 지나서야 이뤄진 이유다.

피해자 69명(사망 29명·부상 40명). 이날 화재는 충주호 관광선 화재와 청주 옛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이후 최대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참사 배경엔 부실한 방화관리와 대응 소방력 부재가 자리한다.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실한 소방 안전관리와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는 참사를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였다.

우선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배연창은 닫힌 상태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탓에 위층으로 올라갔던 연기가 다시 내려와 인명 피해를 키웠다.

또 필로티 구조로 이뤄진 주차장에는 방화셔터와 자동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 불이 시작된 1층부터 화재 확산을 막을 만한 장치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상구 물건 적치, 불법 증축·용도변경, 셀프 소방안전점검 등이 화를 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보여준 `부실한' 대응도 문제였다. 지휘·상황관리 체계는 붕괴됐고, 현장 대응 능력마저 최악 수준을 보였다.

총체적인 난맥상은 결국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다.



# 제천 참사 이후 대형 화재 빈번

제천 화재 참사 이후 후진국형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26일에는 경남 밀양 한 종합병원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입원환자와 의료진 45명이 숨졌다.

다친 인원만 150여명. 제천에서 비극이 발생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에 나온 최악의 참사다.

이어 지난달 9일에는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 거주자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이들 화재 역시 제천 참사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소방시설 미비부터 셀프 안전점검, 불법 증·개축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똑같은 문제점을 드러낸 까닭이다.

비극은 매년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시·도와 시·군·구별 7개 분야 지역안전지수(2017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 사고로 숨진 인원은 모두 338명이다. 전년(2016년)과 비교했을 때 16.2%나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화재 발생 건수는 4만3747건으로 전년(4만2947건) 대비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안전의식의 현주소

참사가 잇따르면서 당국은 허술한 법과 제도에 대한 손질에 들어갔다. △소방기본법과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소방 관련 법령 강화가 한 예다.

또 가연성 마감재료 사용 제한, 방화구획 기준 개선과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법과 제도를 벗어난 건축물이 상당수인 탓에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범위를 충북지역으로 한정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소방본부 등 합동조사반이 도내 4043개 건축물을 대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벌인 결과, 561건의 중대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적발 사유 대부분은 방화문 설치 불량 등 구조적 문제였다.

제천 참사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여러 문제가 아직까지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안전관리 비용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을 꼽는다.

정무헌 한국소방안전원 충북지부 사무국장은 “대한민국에서 안전에 관련된 사고는 대부분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며 “안전관리에 무임승차는 없다. 안전관리에 비용을 투자할 경우 파생하는 긍정적 효과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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