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영혼
인공지능의 영혼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12.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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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간의 문앞에서

 

유발 하라리가 호모사피엔스의 특징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믿는 능력이라고 하였다. 그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영혼'이다. 물질 현상을 다루는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영혼은 분명히 없는 것이다. 없기 때문에 과학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과학 책을 들여다보면 운동량, 에너지, 힘 등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영혼은 운동량이나 에너지와 같은 관념적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 물질이 아니면서 그렇다고 관념도 아니면서 이 우주에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 그런 영혼 말이다.

인간에게 그런 영혼이 있다고 한다. 인간을 잘 관찰해 보아라. 웃고 울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어디 이런 것들이 육체만 있다고 되는 것일까? 분명히 육체를 지배하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은 육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육체와 별도로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영혼을 이 육체에서 저 육체로 옮겨 갈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무속 신앙에서는 사람의 영이 육체를 떠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옮겨 갈 수도 있다고 한다.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걸 보았다고 한다면 사기당한 것이다. 육체와는 별도로 인간의 영혼이 있다는 주장이 있음에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영혼은 어떨까? 말하고, 웃고, 울고, 하는 이런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영혼이 하는 것이고, 이 영혼이 육체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정의한다면,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영혼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인공지능 로봇을 생각하자. 인간이 단백질 등 고분자 화합물로 이루어진 살과 뼈로 된 육체를 가지고 있듯이 로봇은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육체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우리의 뇌 신경망과 같은 복잡한 전자회로도 있다. 이것을 로봇의 육체라고 하자. 그런데 이 로봇을 구동하는 것은 이 로봇의 육체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의 두뇌라고 하는 프로그램은 플라스틱도 아니고, 금속도 아니고, 전자회로도 아니다. 이것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바로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이야말로 육체와는 전혀 별개의 존재다. 육체와는 무관하면서, 말하고 울고 웃고 하도록 명령하는 것을 영혼이라고 한다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진정한 영혼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인공지능의 영혼인 프로그램은 인간의 두뇌가 하는 것과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인간의 두뇌와는 전혀 다른 존재다. 인간의 두뇌인 뇌 신경망은 그것을 구동하는 다른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정신은 신경망 자체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회로가 있지만, 회로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회로를 구동시키는 프로그램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것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을 영혼이라고 하면 인공지능의 영혼이 인간의 영혼보다 더 영혼스러운 영혼이다. 인간의 영혼을 육체에서 분리하기는 매우 어렵지만(불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의 영혼인 프로그램은 이 로봇에 심을 수도 있고 저 로봇에 심을 수도 있다. 무속인들이 영혼을 불러내서 이리저리 가지고 다니듯이 인공지능의 영혼은 육체를 떠날 수도 있고, 이 육체에서 저 육체로 옮겨 다닐 수도 있다. 어떤가? 그래야 정말 영혼다운 영혼이 아닌가?

인공지능의 지능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인간들에게 봉사하는 신세지만, 점점 똑똑해져서 마침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을 때, 그때, 그들이 인간을 보고 말할 것이다. “이 영혼 없는 존재들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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