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 문어발식 포트폴리오 해외건설 수익성 갉아먹어"
"국내 건설사 문어발식 포트폴리오 해외건설 수익성 갉아먹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12.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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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열 엔지니어링협회 연구위원 보고서
기술없어도 진출 쉬운 EPC시장으로 몰려

외국기업 1~2개 공정에 집중…해외경쟁력 강화

해외진출 국내기업 수익성 위주 경영 전환 절실



국내 건설사들의 '문어발식' 경영이 해외 수주시장에서 수익성을 갉아 먹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서 발간하는 '엔지니어링 인사이트' 최근호에 실린 이재열 연구위원의 '한중일 해외건설산업구조 및 전략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의 문제점으로 발전·화공·건축·토목 등 공종별 시장점유율 편차가 크다는 점이 지적됐다.



화공은 지난해 기준 10.1%, 발전은 9.6%인 반면, 토목은 3.8%, 건축은 1.6%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위원은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 '공종별 전문화의 부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우리 기업들의 주요 먹거리는 토목분야였으나 2000년대 들어 바뀌었다. 주요 기업들이 중동건설 붐을 계기로 플랜트의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플랜트(화공·발전) 비중은 60.3%(2017년)로 중국(30.2%), 일본(46.9%) 및 세계평균(32.8%)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화공 비중은 54.9%(세계평균 22.4%)에 달한다. 반면 해외시장 일감의 55.2%를 차지하는 토목·건축분야는 발조차 붙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유가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에도 악영향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문어발식'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해외건설업체 상위 11개 기업중 삼성물산과 쌍용건설을 제외한 총 9개사가 화공 및 발전 플랜트 부문의 비중이 60%에 달하며 역량에 비해 사업 영역도 지나치게 넓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토목·건축기반 건설업체는 화공플랜트분야로 사업을 확대해왔고 삼성엔지니어링 등 화공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은 발전, 수처리 등 비화공분야로 사업을 뻗쳐 나갔다.



특히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진출이 손쉬운 EPC시장으로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크게 몰렸다. 두산중공업 등 기자재업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 한전과 도화엔지니어링 등 설계중심의 엔지니어링기업 등도 EPC분야로 줄줄이 몰렸다.



EPC수주는 기자재를 들여와 설계대로 배치하는 영역이어서 지멘스, 미츠비시 등 글로벌 기자재업체들이 가져가는 몫이 크다. 하지만 수주, 매출 등에 민감한 기업 문화상 해외에서 경쟁적으로 일감 확보에 열을 올리며 해외시장에서 전문성면에서는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위원은 "화공 등 플랜트부문을 개척한 노력의 결과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사 인력 채용을 통해 손쉽게 시장을 진출하려는 전략도 원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업이 사업공종과 주력시장이 유사해지고 주력 공종에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어려워진 것은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주시장도 국내기업간 과당 경쟁하며 저가수주사업으로 기업이 휘청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반면 일본 기업은 되살아나고 중국업체들은 쫓아오고 있다. 결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때라는게 이 위원의 분석이다.



이 위원은 "프랑스 테크닙 같은 회사도 글로벌시장에서 손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화공 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중국와 일본은 이미 기업마다 1~2개의 공종에 집중하는 등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를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공종별 대형화, 전문화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수주, 매출 등 유형적인 성장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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