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참 길다
가을이 참 길다
  • 박윤희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 승인 2018.11.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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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윤희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박윤희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올가을은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하늘도 맑고 파랬다. 작년만 해도 가을이 아주 짧았다. 시월에 눈이 내리는 바람에 단풍은커녕 나뭇잎이 다 얼어 죽어서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마음의 공허함만 가득 남기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오래도록 쳐다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보니 작년 가을은 진한 향기나 추억도 없었다. 그런데 올가을은 태풍이나 비가 오지 않고 날씨도 좋아서 곱게 물든 단풍을 오래도록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왔다가 돌아갈 때 가지고 가고 싶은 것 1위가 가을 하늘이란다. 늘 보는 가을이라 몰랐는데 올가을은 그 느낌이 가장 잘 나타난 것 같다. 여기저기 SNS에 올라오는 가을 풍경 사진들이 너무 아름답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바람에 봄과 가을이 짧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봄, 가을에 옷을 사 놓고 제대로 입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낙엽들이 몸부림친다. 가을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려는 듯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있다.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한다.

지는 낙엽들을 보며 내 인생의 계절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20대의 따뜻한 봄도 지났고, 30대의 싱그러운 초여름을 거쳐서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50대의 나는 여름일까? 가을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인생의 계절 중 어디쯤에 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해 보았다. 다양한 대답이 나왔지만 50대~80대 대부분이 가을이라고 대답했다. 상황이나 조건, 수명이 다 다르기에 자신들이 느끼는 인생의 계절도 다르다. 70대의 지인께 물어보니 자신 있게 여름이란다. 그만큼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는 뜻일 게다. 또한 마음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전성기(climax)가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 곡선은 굴곡의 차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포물선이 아닌 굴곡이 있는 물결선인 것 같다. 인생은 좋은 일이 계속되거나 안 좋은 일이 계속 되지 않는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힘든 상황이나 순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희노애락(喜怒哀)이 반복되는 게 인생일 게다.

가을은 짧지만 인생의 가을은 참 길다. 봄과 여름을 열심히 보냈다면 인생의 가을에 거두어들일 게 많을 것이고, 마음의 창고에 넉넉함도 가득차서 더욱 풍요로울 것 같다. 그동안 노력의 결과를 맛볼 수 있도록 추수할 게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생의 겨울은 짧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가끔 우리는 인생길의 어디쯤 왔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중간 점검의 기회가 되리라 본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을 마음껏 느끼며 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지금 당신의 인생 계절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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