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
형제의 나라
  •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8.11.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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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요즘 케이블에서 다채로운 방송을 많이 한다. 특히 외국인들이 나오는 방송이 많다. 외국인을 가르치다 보니 관심 있게 보게 된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어서 와, 한국 처음이지?'를 자주 보는데 한국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 대해서 알아보고 한국여행 방법 등을 스스로 계획하여 정해놓고 생애 처음 한국을 여행하면서 어떻게 느끼는지 관찰방식을 택한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겪는 일들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재미도 있지만 한국을 알리는 계기도 되고 그 나라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보았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외국인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얼마 전 `터키 친구'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여기에 나온 세 명의 터키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간 곳이 부산이었다. 부산을 가는 친구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더운 날씨임에도 넥타이를 매고 슈트를 입었다. PD가 부산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형제를 만나러 간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간 곳은 유엔군공원이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전사한 터키군인의 묘소를 찾아간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터키는 처음에 5천 명을 지원받아서 파병을 보내려고 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1만 4936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이 중에서 724명이 전사했고, 166명이 실종됐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터키군이란다. 본 적 없는 터키군을 자신의 할아버지자, 아버지이며, 친구의 할아버지, 아버지 등 형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터키에서 태어났지만 이제 한국의 흙이 되었으니 한국 사람이다.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입니다.”

라고 말하며 다시 한국전쟁이 나면 기꺼이 참전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뭉클했다.

그동안 나는 터키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알아보았다. 한국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에서는 터키라고 부르지만 터키 사람들은 국가의 명칭을 튀르크 또는 튀르키예라고 부른다. 영어권인 미국에서는 터키가 칠면조라는 말과 같고, 속뜻으로는 `겁쟁이'라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그렇게 쓰는 것을 터키 사람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튀르크의 뜻은 고대 튀르크어로 `강한'이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터키에서 수출용으로 제조하는 모든 상품에는 Made in Turkiye라고 쓰여 있다. 현지 발음을 중시하는 북한에서도 터키를 뛰르끼예라고 부른다고 한다.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면 터키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한국과 터키의 인연은 고구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고구려와 돌궐이 동맹을 맺어서 당나라와 싸웠다. 우리가 아는 그 돌궐이 튀르크족이다. 삼국시대부터 튀르크의 상인들이 한국을 오가면서 오랜 교류의 흔적들이 있다. 한국전쟁 때도 터키군이 와서 싸웠다. 이처럼 터키는 우리의 역사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아직 터키를 가보지 못했다. 터키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하여 여행 위험국으로 분류되어 매번 무산되었다. 이번에도 이러한 이유로 못 가게 되었다.

그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여 목숨을 걸고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전쟁이 발발하면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데 나의 안위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터키에서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형제의 나라에서 왔다고 할인해 준다는데 터키에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말해봐야겠다. 다음 여행지는 형제의 나라 터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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