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물줄기가 커다랗게 굽이쳐 흐르는 이곳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983년에 시작된 충주댐 수몰지역 문화유적 발굴조사에서 구석기 문화층이 확인되면서부터다. 5차에 거쳐 발굴이 이루어진 수양개 유적에서는 주먹도끼와 찍개. 좀돌날 몸돌과 슴베찌르개 등 3만여점의 유물과 석기제작소 50여곳이 확인되었고. 이를 근거로 주변지역을 3개지구로 나눠 2001년까지 구석기문화에 대한 집중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실시한 1지구에서는 중기와 후기 구석기 문화층이 확인되었는데. 중기 구석기 문화층으로 찍개. 찌르개. 주먹대패 등의 몸돌석기와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간돌도끼 등 정형화된 석기의 모습을 보이는 후기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 특히 슴베찌르개와 좀돌날 몸돌은 후기 구석기의 특징적 유물로 슴베찌르개는 일본 큐수지방 출토유물과 흡사할 뿐만 아니라 일정 범위지역에서 집중 출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좀돌날 몸돌은 제작수법에 따라 문화권을 달리해 나타나고 있어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후기 구석기문화의 전파 경로를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국의
구석기문화의 귀중한 현장 탐방을 마치며 전시관 앞에 있는 수양개 마른 물길에 눈길이 닿았다. 문화를 꽃피운 시간은 흘러갔지만. 유구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는 지층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먼 옛날. 한때 누군가가 이곳을 밟고 지났을 것이고. 누군가가 강물에 깃들여 한생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마른 물길의 쓸쓸함을 가슴에 담고 살아갈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흔적들은 찾아 과거로 떠나온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으려는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