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골든아워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11.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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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최근의 한 통신회사 광고를 봤다. 배 위의 화제에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구조하는 극적인 광고였다. 실제 5G 기술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쓰이는지 막상 감이 잘 안 오는 데 정말 필요한 순간에 이런 기술이 쓰이는구나 하고 생각했더랬다.
처음에는 당연히 연출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광고는 평소의 훈련하는 장면, 실제 출동 장면의 기록을 섞어 제작한 광고라고 한다. 그 광고의 모델비는 0원. 왜 모델을 했나 했더니 무전기를 지원해 준 회사에 고마워서란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그 광고의 모델. 이국종교수의 책 `골든아워'(흐름출판)다.
첫 장을 펼쳤다. 책 첫 장의 `정경원에게'라는 헌사가 적혀 있다. 누굴까 생각하면서 또 책장을 넘긴다. 외상외과를 선택하면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결심한 사연을 읽는다. 김훈 작가를 좋아해서 그 문체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구절에 김훈 선생님을 좋아하는 동지를 만났구나 싶어 설??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책은 대학부터 외상외과의 삶의 과정을 책 두 권에 나눠 적고 있다. 외상외과 특성 상 이게 드라마인가 싶을 정도의 사연이 참 많았다. 석해균 선장, 세월호, 북한군 병사 이야기 등 이국종 교수가 실제 만나고 치료했던 환자들과 의료진의 이야기다. 느릿하게 넘어가는 이야기다.
답답하다. 칼의 노래를 다시 읽는 것 같은 그런 답답함이 있다. 문체가 닮았다고 스스로 고백해서일까? 아니면 이순신 장군이 처했던 현실이 여기서 다시 벌어져서일까.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한 최전선에서 이순신은 왜적에 맞서 싸웠다면 이국종 교수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장비부족, 인원 부족과 맞서 싸우기 때문일까. 사람들 질시를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는 점이 닮아 있다. 그래서 더 답답할 수도 있겠다.
요새 이국종 교수가 활발히 언론 매체에 나오고, 책을 내고 있는 것은 외상외과의 현실이 걱정스러워서인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과 함께하는 닥터헬기의 사람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사람들이 너무나 큰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뽐내는 책이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 외상외과 의사가 3년간 한국에 외상외과를 세우기 위해 애쓰다 포기하고 돌아간 기록을 보고 자신도 뭔가 남겨야겠다고,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쓴 기록이다.
읽으면서 내내 갑갑했다. 의료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기술이다. 방송에서 교수는 외상외과 신세를 지는 사람들은 잘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노동자 계층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심장에 철근이 박히거나, 배에서 노동하다 다치는 사람들이라고.
의료보험제도가 만성질환에 우선 지원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의료인력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 이야기는 극도로 자제했지만, 그래서 더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솔직하게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한숨을 지었나 모르겠다. 일은 힘들다. 그만두고 튈까 수백 번은 생각한다. 그럼에도 좋은 동료 때문에, 사명감 때문에 일을 한다. 그런 심정이 절절히 느껴져서 힘들었던 책이었다.
뭔가 빚진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사람 목숨 구하겠다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학력을 가지고, 욕심만 부리면 더 잘 살 수 있는데도 사명감 때문에 열악한 근로 조건하에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든다.
미생처럼, 일에 대해 해이한 마음이 들 때 마음 단속을 위해 다시금 읽어야 할 책으로 점찍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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