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없는 횡단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보행자 없는 횡단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8.11.07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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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 차량만 즐비
운전자 시간낭비 인식
일부 되레 교통체증도
보행자 안전도 좋지만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7일 오전 9시쯤 오창읍 한 왕복 4차선 도로. 출근길 차량이 '보행자 없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신호가 10차례 이상 바뀔때까지 해당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없었다. /조준영기자
7일 오전 9시쯤 오창읍 한 왕복 4차선 도로. 출근길 차량이 '보행자 없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신호가 10차례 이상 바뀔때까지 해당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없었다. /조준영기자

 

“보행자는 한 명도 없고,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은 양쪽 차선에 즐비하게 서 있죠. 보행자 안전 확보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맞는 교통체계 개선을 생각해봐야 해요.”(운전자 김모씨·45)

거래처에 물품을 납품하는 김씨는 청주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하루 7시간 이상을 운전대를 잡는 김씨는 `보행자 없는 횡단보도'를 많이 접한다.

녹색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만 서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는 하나 없는 비효율적 신호 체계는 심야에 국한하지 않고 낮 시간대도 마찬가지다.

김씨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운전자들이 적잖다.

다시 말해 많은 운전자가 한 번쯤은 `사람도 없는 횡단보도에, 신호 시간은 왜 이렇게 길지?'라는 물음표를 던진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 시간은 보행 진입 시간 7초에 횡단보도 1m당 1초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보행 약자 이용 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1m당 1초'보다 완화된 `0.8m당 1초'를 적용한다.

보행자의 횡단보도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찾아 1회 1주기당 보행 신호를 2회 이상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이 사용될 때도 있다.

왕복 4차선을 기준으로 할 때 20m 이상의 횡단보도 신호에 드는 시간은 20초에서 25초다.

이 규정은 충북을 비롯해 전국이 같다.

그나마 교차로라면 교통량 및 신호 연동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보행자가 거의 없는 양방향 도로 상의 횡단보도는 운전자에게 시간낭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일부 구간은 되레 교통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찰이 교통량 등을 파악해 점멸신호를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청주지역 외곽도로는 물론 이면도로의 비효율적 신호체계는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다.

군 단위 농촌 지역의 사정은 더하다.

보행자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보행자 이용 밀도가 적은 지점의 신호체계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현실에 맞게 교통 신호체계를 일부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운수업체 한 관계자는 “횡단보도 보행 신호 규정이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량과 신호 연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각의 상황에 맞게 신호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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