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96>
궁보무사 <29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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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님.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기왕에 오셨으니까…"
24.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아니. 세상에 이렇게 못생긴 사내놈이 다 있을 수 있을까 마치 더러운 두엄더미 속을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는 도롱뇽의 대가리를 짤라다 푹 삶아 놓은 것 같네!'

이것은 감물미녀가 그 사내놈을 보는 순간 느낀 감정이고.

'워매나! 세상에 이렇게도 잘 생긴 여자가 다 있을 수 있나 이건 사람이 아니라 선녀야! 선녀가 틀림없어.'

이렇게 생각한 것은 바로 그 못생긴 젊은 사내였다.

감물미녀는 마치 더럽고 추한 짐승 한 마리를 마주 대하는 것만 같기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얼른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러자 그 사내놈은 그녀 앞으로 얼른 쫓아가서 두 무릎을 착 꿇고 앉더니 눈물을 철철 흘려가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산신령님께서 마침내 저에게 선녀같이 꽃같이 예쁜 여자를 보내주셨구만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내놈은 머리가 땅바닥에 부딪혀 으깨질 정도로 감물미녀를 향해 연신 꾸벅꾸벅 절을 해댔다.

"아. 아니. 도대체 무슨 짓이냐"

감물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더도 말고 딱 한 번! 두 번 세 번도 아니고 딱 한 번만 무지무지하게 예쁜 선녀랑 제가 한 번 놀아보게 해주십사하고 저는 매일 매일 산신령님께 지성으로 제사를 올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야 제 소원을 들어주셨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또 다시 그 못난 사내놈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가지고 마치 절구방아를 찧듯이 머리를 연신 조아려댔다.

"어머머! 참말로 별 희한한 놈을 다 보네! 야! 너 혹시 미친놈 아니냐"

감물미녀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자기 발아래에 꿇어앉아 미친 듯이 절을 해대는 사내에게 소리쳤다.

"네 선녀님! 제가 미쳤다니요 저는 오로지 선녀님 같은 분과 딱 한 번 놀아나게 해달라며 산신령님께 미친 듯이 제상(祭床)을 차리고 열심히 기도를 올린 것 밖에 없습니다요."

이렇게 말하며 그 사내놈은 고개를 바짝 쳐들어 올렸다.

"우. 우에엑!"

감물미녀는 그의 낯짝을 다시 한 번 더 정확히 내려다 보는 순간 갑자기 목구멍에서 구역질이 나왔다.

세상에!

아무리 사내놈 낯짝이 제멋대로 막 생겨 먹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이지. 이렇게까지 지지리도 못날 수가 있을까.

요놈은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심지어 목소리까지 단 하나도 맘에 드는 게 없을 정도로 아주 완벽하게 못생겨 먹었네! 에이 더러워!

내 이렇게 더럽고 추한 놈하고는 아예 상종조차 하지 말아야지. 자칫하다 내 눈을 버리겠어!

감물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황급히 등을 다시 돌려가지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 못난 사내놈은 크게 울부짖듯이 돌아서는 감물미녀의 등을 향해 다시 외쳤다.

"선녀님!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기왕에 오셨으니 저에게 그거 한 번은 대주고 가셔야지요!"

"뭐. 뭐야"

감물미녀는 크게 화가 나서 뒤로 확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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