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눈동자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8.11.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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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휴일도 아닌데 큰형님으로부터 들어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형님은 아주 작은 일에도 나를 불러 상의하시곤 하신다. 엊그제 주말에 소 외양도 치고 왔다. 그럼에도 빨리 들어오라니 궁금하여 서둘러 시골로 향했다. 집 앞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계시는 형님의 얼굴이 많이 상기돼 있었다. 소가 송아지를 출산하였다는 것이다. 귀엽고 예쁘게 생긴 암송아지. 경사다.

본래 소의 눈은 둥글고 큰데 항상 슬픈 눈빛으로 가득해 보인다. 무슨 깊은 한을 품었는지 호소하는 듯 눈물을 머금은 소의 눈은 가련함으로 가득하다. 큰 눈망울을 굴리며 하소연하듯 울먹이는 표정이야말로 가엾기 짝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큰 소도 그러할 진데 송아지는 오죽하겠는가. 어느 동물이건 새끼들은 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앙증맞고 귀여운 송아지다.

송아지를 보니 사슴같이 맑은 눈망울을 가진 우리 손녀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10개월이 된 우리 손녀를 바라보노라면 촉촉이 젖은 커다란 눈동자 속으로 쏘옥 빨려들게 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 말이 있듯 눈을 통해 상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미팅, 특히 남녀 간 중요한 말(사랑고백, 헤어짐 등)을 할 때는 꼭 눈을 보고 말하라는 것일게다. 거짓으로 미소를 짓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눈을 속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기존 거짓말탐지기에 동공의 크기 변화를 감지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눈 홍채 중앙에 있는 동공은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커졌다 작았다를 반복하는데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크기가 변한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땐 동공 크기가 작아지고,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동공이 확대되는 것을 통해 거짓을 판별하는 것이다.

맹자 말씀에 存乎人者(존호인자) 莫良於眸子(막량어모자) 眸子不能掩其惡(모자불능엄기악). 즉,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는 데는 눈동자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니 눈동자는 결코 자기의 나쁜 마음(惡)을 엄폐하지 못한다.”하였다. 胸中正則 眸子瞭焉(흉중정즉모자료언) 胸中不正則 眸子모焉(흉중부정즉모자모언). 마음이 올바르면 곧 눈동자가 맑고, 마음이 올바르지 않으면 곧 그 눈동자가 흐려지게 되니, 聽其言也 觀其眸子(청기언야 관기모자) 人焉?哉(인언수재) 그가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눈동자를 살펴보면 사람이 어찌 그 마음을 숨길 수가 있겠는가? 요약하자면 사람의 심중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눈동자를 살펴보는 것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사귀려면 눈을 보고 사귀라고 할 만큼 눈은 얼굴 중에서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고 인상을 좌우하는 부분으로 흑과 백이 분명해야 한다. 눈이 큰 사람은 감정적이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강하며 부처님처럼 옆으로 긴 눈의 소유자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흰자위가 붉으면 도둑이나 사기를 맞기 쉬우며 푸른 기를 띠면 히스테리가 있다. 눈동자를 자주 움직이는 사람은 돈이 흩어지며 천하다고 보고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 흰자위가 아래나 옆으로 많이 보이면 삼백안이라 하여 사업에 실패하거나 음험하고 도벽이 있는 나쁜 심성의 소유자라 보고 남과 얘기하거나 싸울 때 습관적으로 눈을 크게 떠 눈동자의 위아래 옆으로 흰자위가 다 보이면 사백안이라 하여 남을 제압하고자 하는 살기가 많은 극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한다.

내 새끼라 그런지 우리 손녀의 눈이 유달리 맑기 그지없어 보인다. 특히 아침에 막 잠에서 깨어난 아기의 눈은 더욱 해맑다.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아이들의 눈입니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우리 손녀의 반짝이는 눈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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