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시인의 북한문학기
김창규시인의 북한문학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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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항공기 타고 평양을 가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98명과 기자와 실무진 10여명이 함께 평양을 가기 위해 영종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일찍 서울에서 분단시대 동인이며 김천고등학교 교사인 배창환 시인과 홍일선 시인들 집에서 1박을 하고 아침 봉고차로 공항을 향해 달렸다. 마치 초등학생이 수학여행 가는 것처럼 가슴이 떨리고 흥분되었다.

'남북작가대회' 2005년 7월20일 역사적인 날 아침이다. 우리는 북의 초청장을 받고 통일부에서 발행한 방문증서만 가지고 고려민항기를 탈수 있게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A구역 국내선 타는 구역에서 수속을 밟았다. 이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한 시간이나 비행기가 연착하였다. 기다림의 시간에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신경림 시인과 북의 방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마음을 진정시켜 보기도 하고 북의 이야기를 말해보기도 했다.

9번 게이트에 도착해보니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기가 선명하게 박힌 고려항공 여객기가 삼엄한 특공대의 호위를 받으며 제일 마지막 구역에 들어와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유수한 항공사들이 투입되는 인천국제공항에 아주 작고 여린. 그러나 소중한 의미를 담고 떠날 고려항공기가 부끄러운 듯 수줍게 한쪽 구석에 몸을 내밀고 있었다. 너무 작은 비행기 고려항공이 도착한 것을 보고 이제 평양에 들어가게 되는 구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 잘못하면 평양에 가는 것이 취소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가게 되었다. 北 사투리로 인사건네는 승무원 비행기 안에 들어섰다. 아주 살갑게 다정하게 다가온 북한사투리 "안녕하십네까 환영합네다" 하고 승무원이 인사를 건넸다. 빨간 치마에 흰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은 우리나라 여승무원보다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참신하게 보였다. 나는 날개 앞쪽 창가로 자리가 주어졌다. 행운이었다. 기내방송이 시작되었다. 평양까지 운항거리는 540km 평영기온은 29도. 평양의 날씨는 흐리다한다. 소요시간은 50분 JL616편이었다. 입·출국 신고서와 세관신고서 그리고 건강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지금은 군사적인 것 때문에 서해안 직항로 날아서 평양을 들어가게 된다. 휴전선을 곧바로 넘어가게 되면 금방 평양에 내려야 하는 짧은 거리다. 그런 거리를 분단 60년 만에 남쪽의 시인들과 작가들이 철의장막이라 배운 평양을 가는 것이다. 여승무원들이 신속하게 '로동신문'을 돌리기 시작했다. 먼저 "신문 보시겠습네까"라면서 말을 건네긴 했지만 신문은 바로 눈앞에 와 있었다. 그 신문을 받아 천천히 읽어보았다. 어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옛날 같으면 국가보안법에 저촉이 되어 당장 난리가 나는 것이었다. 비행기 안에는 국정원 요원도 있고. 통일부 직원. 그리고 기자들도 있는데 말이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제201호 주체 94년(2005년) 7월 20일(수요일) 바로 당일 신문을 들고 온 것이었다. 제일 첫 면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 최전연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금성친위대 제937군부대를 시찰하시였다.'라는 커다란 제목의 활자였다. 수많은 병사들 가운데 앞 줄 중앙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는 사진이었다. 서해바다를 지나 황해도 상공을 날고 있었다. 우리의 땅과 다를 바 없는 북쪽의 마을이 내려다보였고 산과들이 펼쳐져 있었다. 설렘 안고 순안비행기 도착 드디어 고려항공기가 평양의 순안비행장에 내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멀리 미루나무가 보였고 옥수수 밭. 콩밭이 보였다. 논에는 싱싱한 벼들이 여름 햇살에 반짝이며 물결친다. 내리자마자 나는 배창환 시인과 김승환 평론가 셋이 나란히 서서 평양 비행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 조국의 또 다른 산하 그 땅에 발을 딛는 감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비행장을 둘러보았다. 멀리 관제탑과 건물이 보였고. 공항에는 외국의 항공기는 한 대도 없었으며. 고려항공 소속의 비행기들이 여러 대 낮잠을 즐기고 있는 듯 조용하게 잠자리처럼 날개를 펴고 쉬고 있었다.

관제탑 옆 건물에는 김일성 대형초상화가 웃는 모습으로 걸려 있고. 공항바닥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다. 공항의 울타리 주변에는 장다리꽃과 족두리 꽃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낯익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평양의 날씨는 흐리다고 했는데. 화창하고 맑게 개어 있다. 푸른 하늘이 반갑게 맞아 주는 것 같다. 북쪽에서 수속을 밟는 동안 환영 나온 북측의 작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남쪽에 여러 번 대표로 내려와 서울에서 만났던 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장이란 사람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 내가 누군줄 잘 알지 못했다. 남쪽에서 만난 사람을 북에서 만나기란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에 다시 그를 만난 이야기를 하겠지만 낯설고 물선 평양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공항의 청사는 남쪽의 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하고 작다는 것 밖에 다른 말이 필요없다.

이제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이야기의 시작을 부드럽게 실체적인 접근으로 본대로 느낀대로 시인의 눈으로 솔직하게 쓰려고 한다. 공항을 나서기 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 밖에 평양에서 만났던 북쪽 사람들의 재미있는 삶의 이야기도 하려 한다.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찍어 온 사진을 보여주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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