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짜장면 집의 침묵
어느 짜장면 집의 침묵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8.10.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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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바람이 지나가지 않는 거리엔 낙엽 한 장도 구르지 않았다. 왠지 허전하고 쓸쓸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느끼기에 수윤의 눈은 그 집 앞을 향한 간절함만 있을 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윤은 배고픔을 움켜잡고 바삐 길을 재촉하며 걸었다. 저만치 그 집 앞이 보였다. 오늘도 천둥과 번개는 보이지 않았다. 배달로 인해 눈코 틀새 없이 바쁜 모양이었다. 아마도 장사가 제법 잘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집을 향해 한 걸음씩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무런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거기다 그 집 앞 주변을 진동하는 짜장면 볶는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달콤하고 고소하면서 짭조름한 이 맛의 내음은 짜장면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그 독특함이었다. 그리고 그 집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3,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수윤의 가벼운 주머니 속을 훈훈하게 파고들어 유혹하듯 부르고 있었다. 넉넉지 않은 사람들의 사정을 어루만져 주는 고마운 짜장면 집이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 3,000원은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양이 적거나 맛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낡은 건물에 누구네처럼 화려한 디자인에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군데군데 남루하거나 촌스럽기까지 해보이는 면들이 오히려 편안함과 은근한 정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주인의 마음씨와 인정이 늘 따뜻하고 후덕하였다. 어느 날 영업을 마칠 무렵 그 집 문을 두드렸을 때 주인은 마다치 않고 수윤에게 짜장면을 아주 넉넉하게 내놓았다. 어찌 배가 고팠던지 순식간에 뚝딱 먹어치우고 나서 식욕을 드러내는 수윤에게 주인은 밥을 듬뿍 담아 인심을 베풀었다. 하긴 음식이라는 것이 꼭 돈으로만 따질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돈이 없어 배고픈 사람에게는 그냥 줄 수도 있는 게 우리네들이 사는 인지상정의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윤은 이런 인심이라면 장사가 안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문 한켠에 폐업이란 두 글자가 웬 말인가 순간 실망과 서운감이 갑자기 밀려오면서 수윤을 당황케 하였다. 어쩌다 여기까지 이르렀을까 괜스레 투덜거려 보았지만, 문을 닫은 주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를 생각하기 전에 내 배고픔만 생각했던 자신에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윤은 주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오가다 때가 되면 종종 들리곤 하면서 부담 없이 이웃이 되었다. 주인은 그동안 영업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폐업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소박한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폐업이라는 말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은 영업장이 문을 닫고 나그네가 되어 가을 속으로 떠나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들은 무엇을 잃은 것일까? 이 시대가 풍요를 말하고 있는듯하지만 공실이 된 빈 가게를 보면서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어두운 아픔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영세업자의 폐업이 언뜻 스쳐가는 시대의 현실적 상실을 느끼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므로 존폐의 여부는 곧 생존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되묻고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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