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말의 품격
  •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팀장
  • 승인 2018.10.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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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팀장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팀장

 

우리말에는 예쁜 말들이 많다. 작은 물건이 소복하게 쏟아지는 모양을 표현한 `오소소', 입담 좋게 말을 자꾸 늘어놓는 모양을 나타내는 `야스락야스락', 소리 없이 조금 입을 벌리고 예쁘장하게 웃는 모습을 가리키는 `봉실봉실', 이모저모로 보아서 짐작할 수 있는 겉모양이라는 뜻의 `보암보암', 단어 하나, 하나가 우리 마음에 와서 꽃으로 피는 듯, 참 예쁜 말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막말로 인해 여러 사람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게 한 일화도 있다. 올 초 TV 뉴스에서 `교문위의 품격'이라는 키워드로 어느 국회의원의 적절치 못한 발언에 대해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교문위라 함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약칭으로 국회 상임위에서 문제의 국회의원이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겐세이 놓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기자는「겐세이」라는 표현은 `과거 당구장에서 노란 공으로 빨간 공 2개를 맞추려고 할 때 흰 공이 가운데서 방해를 하는 상황을 표현했던 말로 최근에는 당구연맹에서조차도 바른 표현을 쓰자는 취지에서「수비」라는 표현을 추천한다면서 위엄 있어야 할 국회 상임위 자리에서 의원의 입을 통해 나올 말로는 적절치 않다`고 해서,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앵커는 물론 시청자들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렇게 목에 걸린 말 한마디를 잘 다스리면 우릴 행복하게 만들지만, 잘 못 다스리면 만인의 조롱거리가 된다. 자신이 던진 말은 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기왕이면 말재주가 뛰어나기를 원한다.

여기서 말재주라는 의미는 `말하기에 자신감 갖기', `대화 상대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기', `상대방에게 집중하기', `화젯거리를 많이 준비하기', `질문으로 먼저 리드하기'등등의 말을 솜씨 있게 잘하기 위한 단순한 기술의 습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장황하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핵심만 조리 있게 표현할 줄 아는, 그 말이 꼭 필요할 때 입을 열고, 입을 닫아야 하는 순간에 침묵할 줄도 아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의 말에서 남다른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진정 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가 쓴《침묵의 기술》에서도

“그대 입에 문을 만들어 달아라. 그대 입술을 멋대로 열어두느니, 차라리 보물이 가득 든 그대의 금고를 활짝 열어두어라. 훗날 비난받을지도 모를 말이 그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나 주위에는 머리에 반짝 떠오른 말을 던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내는 부주의 한 말들은 다른 사람의 가슴을 베는 칼이 된다.

오늘 하루는 툭툭 내뱉어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로 후회하기보다는

상대에게 전달되었을 때 희망차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고, 높은 에너지를 갖게 하고, 재미있게 하고, 명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말들로, 누군가의 가슴에 한 송이 꽃으로 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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