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딘 감각을 깨워주는 꽃도 두터운 겨울옷을 벗고 봄을 맞이하기 까지는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노크를 받고서야 깨어납니다. 공기층을 뚫고 찾아오는 햇살과 뿌리로 스며드는 물, 양분과 같은 조건 외에도 꽃을 구성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먹는 것만으로 살수 없듯 꽃도 대칭을 이루고, 리듬을 타고, 거미줄 같은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우주의 품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봄을 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산수유도 꽃의 한 순간을 마감하고 나면 그 뒤를 이어 잎과 씨앗이 자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법의 순간처럼 꽃이 피워낸 시간은 초록의 우주를 이루며 살다 가을 어디쯤에서 또 한차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찾아올 것입니다.
사유와 감정으로 포장된 노란 산수유 꽃빛 때문일까요. 산수유꽃 노란 그늘에 서면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는 문태준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산수유 꽃망울 속에서 봄햇살의 노란 당김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