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숙자기자의 그림으로 읽는 자연이야기
연숙자기자의 그림으로 읽는 자연이야기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3.15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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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노란 당김
▲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인 산수유나무의 열매로 타원형의 핵과로서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8-10월에 붉게 익는다. 종자는 긴 타원형이며 능선이 있다. 약간의 단맛과 함께 떫고 강한 신맛이 난다.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겨울의 자리가 푸석하게 느껴질 즈음, 휑한 공백을 비집고 노랗게 들어서는 나무가 있습니다. 산수유입니다. 지리산 산수유의 노란 함성이 골골이 터져 나와 사방으로 전해질 때면 주변 어느 곳에서나 노랗게 하늘을 받쳐 든 꽃망울을 볼 수 있습니다. 갈빛 겨울 잔영이 채 가시기도 전, 봄의 가장 앞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산수유는 3월이면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을 달고 점묘화처럼 하늘 자리로 번져나갑니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 올리며 노란 화폭을 펼쳐 보이는 산수유 하늘은 봄을 알리는 시작의 눈빛입니다. 그 눈빛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따스함은 따스함대로 무감각했던 감각들을 깨어나게 합니다. ▲ 그림 신 경 아
우리의 무딘 감각을 깨워주는 꽃도 두터운 겨울옷을 벗고 봄을 맞이하기 까지는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노크를 받고서야 깨어납니다. 공기층을 뚫고 찾아오는 햇살과 뿌리로 스며드는 물, 양분과 같은 조건 외에도 꽃을 구성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먹는 것만으로 살수 없듯 꽃도 대칭을 이루고, 리듬을 타고, 거미줄 같은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우주의 품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봄을 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산수유도 꽃의 한 순간을 마감하고 나면 그 뒤를 이어 잎과 씨앗이 자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법의 순간처럼 꽃이 피워낸 시간은 초록의 우주를 이루며 살다 가을 어디쯤에서 또 한차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찾아올 것입니다.

사유와 감정으로 포장된 노란 산수유 꽃빛 때문일까요. 산수유꽃 노란 그늘에 서면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는 문태준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산수유 꽃망울 속에서 봄햇살의 노란 당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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