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덕분입니다
님 덕분입니다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10.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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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알량하기 그지없지만, 님 덕분에 글줄이나 쓰며 삽니다. 아니 님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보잘 것 없던 제가 일가를 이루며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하여 저도 남은 생 님처럼 덕분이 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덕분(德分)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제게는 그런 고마운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배우자와 가족, 친구와 일가친척, 직장동료와 선·후배, 이웃사촌과 동호인 등 살아온 세월의 두께만큼 많고 많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죄 많고 허물 덩어리인 이 몸을 긍휼히 여기시고 가없는 사랑을 주신 하느님까지 있으니 `덕분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혜자입니다.

그런 덕분으로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부족해도 허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며, 사랑도 배우고 배려도 배우며 나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버팀목이 되어주고 디딤돌이 되어준 좋은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고비 때마다 딴죽을 걸거나 트집을 잡는 훼방꾼과 발목을 잡아갈 길을 더디게 했던 걸림돌이 된 사람들이 한두 명씩은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 사람만 없었으면 삶이 한결 편하고 좋았을 텐데 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으니 부덕한 졸장부였고 용렬하기 그지없는 위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때문에 더 단단해지고 내공도 깊어졌으니 이 또한 덕분 중의 덕분임이 분명합니다. 세상에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멋져요, 아름다워요'처럼 듣기 좋은 말이 많습니다. `덕분입니다'도 이에 못지않은 좋은 말이라 강추합니다.

`님 덕분에 무탈하게 잘 지냅니다', `제가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다 님의 지도와 성원 덕분입니다'와 같이 남에게 공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이고 좋은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입만 열면 `누구 때문에'라고 `남 탓'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암울해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덕분'은 긍정의 언어이고, `때문에'와 `탓'은 부정의 언어입니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습니다.

그렇습니다. 긍정은 행복의 씨앗이 되고 부정은 불행의 씨가 됩니다. 그것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남에게 공을 돌리는 사람은 아주 사소한 감사 거리라도 남에게 공을 돌려 주위를 훈훈하게 하는 데 반해 남 탓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과 부주의에 의한 사소한 실수까지도 남의 탓으로 돌려 분란을 일으킵니다.

자세히 한 번 보세요. `덕분에'하는 사람과 `남 탓'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좋은 일과 잘됨을 남의 덕분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표정은 대체로 밝습니다. 긍정을 먹고살아 서지요. 잘못과 실수를 남 탓으로 돌리거나 누구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습니다. 부정을 먹고살아서 그래요.

복이 어느 쪽으로 가겠어요? 어느 쪽이 성공한 삶을 살겠어요? 어떤 조직이든 심지어 다년간 동문수학한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그 중에게는 나를 좋아하는 이와, 무관심한 이와, 싫어하는 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모든 사람을 좋아하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남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게 문제지 남이 나에게 무관심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건 그들의 자유이니까요. 그들로부터 겸손과 비움을 배우니 이 또한 덕분이라 여기며 살면 됩니다.

불교의 경전과 가르침을 두 마디로 압축하고 축약하면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라고 합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힘이 드는 것도 아닌 `덕분입니다'라는 말. 그러니 지금부터 `님 덕분입니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살자구요. 머잖아 `님 덕분에 행복하다'할 터이니.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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