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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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8.09.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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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가슴이 두근거렸다.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침으로 삼켜가며 버티고 있었다. 그 누군가에게 표를 얻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전 수인은 어느 지인의 권유로 지역 단체에 대의원으로 활동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해 들었다.

우선은 언뜻 기분이 싫지 않은 듯했다. 아마도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빙그레 웃으며 생각해 보겠다고만 하였다.

그런데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묘하게도 적지 않은 갈등이 온종일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다. 말 나온 김에 한 번쯤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물러서자니 섭섭할 것 같고 앞으로 나서자니 왠지 껄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수인은 지인의 말대로 경합에 의한 선출에 어찌 임해야 좋을지 도무지 자신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과연 누가 지지해 줄 것이며 설령 그 누구를 조금 안다고 해도 그들이 수인을 지지해 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준비 없는 하루하루가 생각 없이 흘러갔다.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당장 그만둘까 하면서도 무언가에 미련이 남아 이끌려가듯 지지부진하면서 떠밀려 갔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 말았다.

수인도 모르는 발길은 어느새 행사장에 도착해 있었고 그곳에 몇몇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드문드문 보였다. 수인은 그들에게 다가가 악수라도 청해 반가움으로 인사를 표시하였다. 어찌 보면 막연한 무언의 암시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행사는 절차에 따라 이어져 갔고 사람들의 관심은 좀 더 신중한 후보자 선출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 다수가 결정하는 방식에 수인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왠지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심판받는 것처럼 두려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수인은 자신이 많은 표를 얻어 선출된다는 기쁨보다 적은 표를 얻어 선출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낙담과 후회의 뒷면에 깔린 미움과 원망까지 연상되었다. 그 또한 수인에겐 두려운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태연한 척하였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끌시끌 시간을 태우던 투표가 끝이 났다. 목마른 긴장이 찾아왔다. 곧바로 진행자의 호명에 따라 개표가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호명이 될 때마다 빛과 그림자가 오가며 안도와 실망의 한숨이 드나들었다. 과연 수인은 그동안 그들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거슬리는 눈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는지 새삼스레 낮은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생각 속에 멍하니 개표가 끝이 났다. 그리고 다득표순으로 이름이 호명되었다. 애당초 일찍 호명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한참을 지나서 중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명소리를 듣고 피식 웃고 말았다. 어쨌거나 낙선자의 얼굴이 밝지 않았다.

아무리 작고 소박한 욕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돈으로 물질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면 더더욱 가벼이 취급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마음을 얻기는커녕 질시와 외면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에게 믿음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달렸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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