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우리 집 고양이가 날았어요
도도한 우리 집 고양이가 날았어요
  •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 승인 2018.08.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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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허구한 날 반복되는 “애완동물 키우고 싶어요.”

등쌀에 결국 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가족들의 오랜 토의 끝에, 태어난 지 한 달이 갓 지난 브리티시 숏헤어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분양받기까지 티격태격했던 논쟁을 종식(?)시키고 평화가 오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화평이'라고 지었다.

어른 주먹 크기의 자그마한 화평이는 신기하게도 바로 적응해서 스스로 대소변도 가리고, 누워있는 가족들의 배 위에 올라앉아 가르릉거리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불과 몇 달이 안 지났는데, 화평이는 벌써 안으면 제법 묵직하게 커지더니 귀엽던 행동은 저리 가라, 사방 올라갈 수 있는 곳은 다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대 싱크대에는 못 올라가겠지, 설마 싱크대 높이까지 올라가겠어? 하고 생각하기 무섭게 싱크대에 올라가 도도하게 앉아있던 화평이는 안으려는 나를 벗어나, 급기야 2층 높이에서 가뿐하게 날아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 보스턴에 사는 슈가라는 고양이는 19층 창문에서 떨어졌지만 가슴에 타박상만 입었다고 보스턴 CBS가 보도해 화제가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수학-생물학 수업 및 영국 콜롬비아대학 물리학-생물학 수업의 이론적 접근은 고양이들의 안전한 착지를 설명해준다. 물체가 낙하하면 공기저항이 생기는데, 공기와 부딪치는 단면적과 물체의 질량에 따라 저항력이 다르다. 이 저항력이 지구의 중력과 같아지면 이때부터는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이 속도를 종단속도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동일조건으로 수식을 이용하여 계산해보면, 65kg인 인간의 경우는 초당 56미터에 떨어진다면, 4kg인 고양이는 초당 35미터에 떨어진다.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탈 경우,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는 가속되는 것을 느끼지만 그 사이에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고양이의 경우에도 일정한 속도로 내려올 때는 가속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움츠렸던 몸의 긴장을 풀고 본능적으로 다리를 벌려 낙하산을 형성하게 된다. 그로 인해 속도가 좀 더 늦추어지고 충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략 35미터 이상의 높이에서는, 종단속도에 도달한 후 고양이가 안정을 찾아 본능적으로 낙하산을 형성할 수 있게 되어 살 확률이 높아지고, 그보다 낮은 높이에서는 움츠러든 상태로 바닥에 닿아 그만큼 다칠 확률이 높아진다.

화평이가 자꾸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높은 곳에서 도도하게 착지할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내게 자꾸 걱정을 불러일으키니 이름을 `두통이'로 바꾸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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