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청동기인들의 관념
죽음에 대한 청동기인들의 관념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8.08.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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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충북에서 고고학적인 유적발굴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62년이다. 제천 황석리 고인돌유적의 조사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인돌에서 완전한 사람뼈가 출토된 유적이다. 남한강 상류의 황석리 마을 앞에 넓게 형성된 비옥한 충적 대지에 1.3㎣에 걸쳐 46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고인돌은 해발 높이 102.8~103.3m사이의 동일한 높이로 축조되어 있고, 남한강 물줄기의 흐름과 동일한 방향으로 축조되어 있으며, 600m 범위에 130m의 사이를 두고 크게 세 무리를 이루며 분포하고 있어 매우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고인돌은 196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기, 1982~83년 충북대학교 박물관에서 8기 등 26기가 발굴되었다. 첫 발굴 후 충주댐 건설을 계기로 20년 만에 다시 조사가 이루어졌으나, 전체 46기 중 20기는 미조사된 상태로 물속에 깊이 잠들어 있다. 언제 다시 깨어날지도 모른다.

이 유적은 1982~83년 한여름에 재조사할 때 조교로 현장조사 책임을 맡은 첫 유적이라 학문적 인연이 깊고 특별히 애착이 가는 유적이다. 민묘 봉분 양옆에 고인돌(충6·7호)이 있었고, 그 중 작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볼품 없는 덮개돌(120×120×20㎝)이 놓인 충7호 고인돌을 먼저 발굴하였다. 발굴조사가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덮개돌을 드러내고 매장주체부인 무덤방을 조사하다 섬뜩함을 느꼈다. 거의 완전한 청동기인이 무덤방 안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발굴 완료 때까지 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 1인용 텐트를 쳤다. 민묘가 있고 주변은 키 큰 수수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람결에 부딪히는 수수의 스삭거림에 등골이 오싹하다.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다른 한쪽에 있는 충6호 고인돌에서도 사람뼈가 나왔다. 텐트생활은 길어져만 갔다. 이런 험난한 과정 속에서 황석리 고인돌이 발굴되었다.

발굴이 이루어진 26기 고인돌 중 6기에서 청동기시대 사람뼈가 출토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묻힌 사람은 모두 머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하여 반듯하게 매장하였다. 키는 150㎝와 174㎝이고, 나이는 어린아이와 20대 초, 30대 초로 다양하며, 성별은 남자로 밝혀졌다. 묻힌 사람의 머리 쪽과 가슴 부분에서 제의(祭儀)와 관련된 사슴, 소, 돼지, 달팽이, 조개껍데기 등이 출토되었고, 이와 함께 돌칼, 화살촉, 바퀴 날 도끼, 돌도끼, 민무늬토기, 붉은 간토기 등을 껴묻거리 하였다. 또한, 붉은 흙이 뿌려졌고, 일부러 깬 많은 토기 조각이 나왔다.

이와 같은 짐승뼈, 조개껍데기, 일부러 깬 많은 토기조각, 묻힌 사람 둘레에 뿌린 붉은 흙 등은 주검처리의 한 절차로서 의식이 베풀어졌음을 보여준다. 무덤에 짐승뼈를 함께 묻은 것은 죽어서도 현세와 같은 삶을 누리도록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재생의 상징으로 영혼의 영생을 바라는 의미에서 쓰이었다. 주검을 처리하는 방법이 장법(葬法)이다. 그러기에 장법은 주검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념과 함께 주검을 어디에, 어느 곳에,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즉, 죽은 사람에 대한 처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검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방법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 고인돌을 통해 청동기인들의 생사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무덤을 내세의 안식처로 생각하였고, 영혼을 불어넣기 위한 여러 가지 의식과 함께 껴묻거리가 쓰였다. 어떠한 형태로든 죽은 후의 세계를 생각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고인돌을 무덤으로 축조한 청동기인들의 죽음에 대한 관념을 이해할 수 있다.

황석리 고인돌 발굴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시간을 훔쳐서라도 1983년 황석리 고인돌을 발굴하던 그때에 멈추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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