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이상수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8.08.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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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말하다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새벽부터 밤까지 새소리, 물소리, 군불 때는 냄새,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그때마다 먼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흥분을 느낍니다.”

한국적 정서를 찾아 한국민속촌을 찾은 지 꼭 10년. 그 긴 세월동안 오로지 민속촌만을 찍은 사진가 이상수는 말했다.

경기도 화성군 남면에서 태어난 소년 이상수는 6·25때 서울로 이사, 마포고등학교에서 급사로 일하면서 고교를 마치고 중앙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마포고 박인출 교장이 그를 아껴 모교 교사로 발령하여 35년 동안 남다른 교육자적 신념과 열정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학교에서 향기 어린 우리 전통문화와 조상의 면면히 이어져 온 삶의 숨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제자들의 수학여행이나 소풍 때마다 한국민속촌을 선택, 학생들이 우리나라 민속을 되새기고 그 문화향기를 배우는 데 노력했다.

그의 이러한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은 50대 중반 사진을 배우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사진을 배우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한국적 정서의 아름다움을 필름에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 중앙문화센터에서 사진가 김한용에게 사진을 배우고 난 후 과감히 교직을 끝냈고 더불어 소설 쓰는 것, 도자기 만드는 기술 등을 제쳐 놓고 오로지 카메라에만 집중했다.

평범한 사진인으로 돌아온 그는 이튿날부터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한국민속촌으로 출근했다. 우선 한국민속촌을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민속촌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마음속에 담아 느끼고 보면서 앞으로의 사진작업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 한지 1년, 그는 본격적으로 민속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새벽 3시 목욕재계한 후 집을 나섰고 무엇을,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필름에 담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민속촌에 도착하여 해 질 녘까지 다양한 모습을 찍었다. 생명이 움트는 동쪽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이 마을을 감싼 산자락 아래에 펼쳐져 있는 민속촌 곳곳을 살펴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민속촌에만 걸고 마치 한우물만을 파는 심정으로 이어 온 지 꼭 10년이 되던 어느 날부터 민속촌에서 그를 알아보고 관심을 나타냈다. 긴 세월동안 민속촌의 갖가지 전통풍경과 정서를 찍는 그가 한눈에 보아도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우리 조상이 살았던 기와집과 초가집, 흑돌 담장 위에 길게 늘어선 기와행렬 속, 그 안에서 양반과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은은한 풍류를 찍었고 명절과 마을 축제 때의 특별한 음식 만드는 모습을 담았다. 또 고을 백성의 애환이 살아 숨 쉬는 장터와 절박한 세월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진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데 조금의 소홀함도 없었다.

이렇게 강산이 한번 변할 세월동안 쓴 필름이 무려 15만 커트나 되었다. 그의 땀과 숨결이 배인 사진 하나하나를 보면서 지나온 사진작업을 되돌아 보던 날에 티끌만큼의 고달픔과 어려움은 어느 틈엔가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고,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환희의 설렘만 남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민속촌에서 카메라와 함께 해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의 민속촌 사진작업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정월 초하루부터 섣달 그믐까지, 그리고 첫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곳저곳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때로는 크레인에 올라 더 사실적인 민속촌묘사에도 남다른 꼼꼼함을 발휘했다.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정열과 세련됨에 힘입어 한국민속촌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 공간과 조화 속에 살아가는 한국인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그의 민속촌 사진작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삼 조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두게 하는데 충분했다. 한국민속촌은 그에 의해 전통문화의 향기 가득한 우리들의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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