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손님
이상한 손님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07.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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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나는 오남매 중 막내다. 큰언니와 무려 열세 살이나 차이 나는 늦둥이 막내다. 농사짓는 부모님 아래에서 복닥복닥 일곱 식구가 살았다. 초등학교 때까지 선생님께서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인지 조사를 하였다. 나는 늘 부끄러워하면서 7명에 손을 들었다. 나와 함께 손을 든 몇 명의 친구가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내 친구들의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 5명 내지는 4명이었다. 얼굴을 붉히며 손을 들던 그 순간이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지금은 형제가 많은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왁자지껄 떠들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많으니 말이다.

형제가 많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그럼에도 동생은 있었으면 했다. 식구들의 심부름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싶었다. 물도 떠 오라고 시키고 슈퍼 가서 아이스크림 사오라고도 시키고. 식구들 누군가의 심부름이 내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했다. 나도 얼굴을 돌리고 물! 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형제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많은 부끄러운 순간들과 복닥복닥 즐거웠던 순간들이 겹쳐진다. 백희나 그림책 작가의 신작 `이상한 엄마'(백희나 저·책읽는곰·2018)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비가 오는 어둑어둑한 날에 남매가 집을 지키고 있다. 무서운 동생은 누나와 함께 있고 싶지만 누나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언니들을 따라 놀러 가고 싶어 따라간다고 졸라댔지만 늘 거절당했다. 많이 어렸던 내가 언니들도 꽤나 귀찮았을 것이다. 엄마의 불호령을 당하고 나를 데리고 나가야 했던 언니들도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싫었을까?

`이상한 손님' 속 동생이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순간 바로 이상한 손님이 찾아왔다. 동생을 형아라고 부르며 쫓아다닌다. 빵을 주니 부풀어 오르더니 엄청난 방귀를 뀌어 주변사물을 날려버리고 아이스크림을 주니 부엌에 흰 눈을 내리게 하고 졸음이 찾아와 울며불며 떼를 쓸 때는 집에 엄청난 비를 내리게 했다. 달록이의 기분에 따라 날씨가 변한다. 새근새근 잠든 달록이를 형 알록이가 데리러 온다. 구름을 타고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로 알록이와 달록이가 돌아간다.

남매들은 달록이를 돌보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럼에도 달록이가 사라진 후 허전함을 느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안다는 옛속담처럼 말이다.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릴 적 내 어리광을 모두 겪어야 했을 언니들과 오빠가 생각이 났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테고, 엄마는 도대체 왜 막내를 낳았을까 투정을 부린 적도 있었을 테다. 그럼에도 어엿이 성인으로 성장한 나를 누구보다 대견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나의 형제들. 사실 지금도 가장 많은 심부름과 잔잔한 일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나는 안다. 나의 형제들이 있기에 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음을 말이다.

`이상한 손님' 속 남매들도 그렇게 자랄 것이다.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응원을 주는 그런 남매로 말이다. 이러저러한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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