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83>
궁보무사 <28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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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벌 성주님의 명령다. 이 자를 결박하라"

10. 운이 없다 보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바로, 저, 저입니다만."
내덕이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으흠흠."
그 상급자는 짝 째어진 눈으로 내덕을 쭉 한 번 훑어 보고난 다음, 천천히 입을 열어 다시 물었다.
"자네들이 지금 마차에 싣고 오는 것들은 한벌성의 귀중한 재산이다. 혹시라도 자네들이 이곳으로 가져 오는 도중 몰래 빼돌리지는 않았는가"
"예에 아니, 그 무슨 말씀을"
"천만부당한 말씀입니다요. 어찌 감히 그런 몹쓸 짓을."
내덕과 사천이 동시에 소리쳤다.
"으흠흠."
상급자 기병은 더 이상 이들을 무시해버린 채 뒤로 쭉 멈춰선 열 세대의 마차로 다가가서 일일이 점검하고 난 뒤, 맨 뒤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는 복대에게 물었다.
"자네 이름이 복대인가"
"예. 그런데유"
"으흠흠."
상급자 기병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말을 몰아 내덕과 사천이 있는 맨 앞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헤헤헤. 아무 일 없을 겁니다요. 저희들이 줄곧 쭉 지키면서 여기까지 왔는뎁쇼 헤헤헤."
내덕이 간사한 웃음을 억지로 띠워가며 말했다.
"자네가 내덕이라고 그랬지"
상급자 기병이 내덕을 다시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며 물었다.
"예. 그, 그렇습니다."
"한벌 성주님의 명령이시다. 이 자를 결박하라."
상급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말에서 내린 기병들이 내덕을 말 위에서 끌어내렸다.
"아, 아니! 왜, 왜 이러십니까요 네 아니, 저를 왜."
내덕은 기겁을 하며 외쳤지만 기병들은 오랏줄로 내덕의 몸을 대번에 묶어버렸다.
"아이고, 나리들! 저, 저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요. 정말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구요."
내덕은 온몸이 꽁꽁 묶여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채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런 그를 기병들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마차위에 짐짝을 싣듯 실어버렸다.
"아이고, 내가 여기로 오는 도중에 짐을 몰래 빼돌렸다고 착각을 하시는가 본데, 정말로 저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요. 제 진실됨과 억울함은 저 푸른 하늘이 알고 시커먼 땅이 알고 있으며, 산천초목까지도 죄다 알고 있습니다요."
내덕은 마치 발악을 하는 듯 계속 외쳐댔다.
"삼촌! 이게 어찌된 일이지요"
"뭐가 좀 잘못되어졌나요"
무슨 영문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모충과 복대가 크게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수동에게 다가와 물었다.
잠시 얼이 빠진 듯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수동이 천천히 그들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단숨에 벗어나 보고자 큰 횡재를 노렸던 내가 나빴다. 모든 것이 내 잘못 뿐이니 나에게로 잘못을 떠넘기라고 해라. 너희들에게 몹시 미안한 일이지만, 내 어린 자식들을 너희들에게 부탁하마!"
말을 마치고 난 수동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자기 가슴팍을 쿡 찔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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