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남윤철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
故 남윤철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04.15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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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 … 청주 성요셉공원 묘역 추모행렬

부친 수현씨 “아들 기억해주는 제자·국민 큰힘”
▲ 15일 오후 청주시 가덕면 천주교 성요셉공원에 잠든 故남윤철 단원고등학교 교사의 묘역 앞에서 아버지 남수현씨와 어머니 송경옥씨가 기도를 올리고 있다.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15일 오후 1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성요셉공원 묘역에 세월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울려 퍼졌다. 잔잔한 멜로디를 타고 흘러나온 슬픈 노랫말은 한 글자 한 글자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의령남공윤철(아우구스티노). 선종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의인 故남윤철 단원고등학교 교사가 떠난 지 4년이 지났다.

기일을 하루 앞둔 이날. 남 교사를 기억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앳된 웃음을 보이던 그의 제자들은 어엿한 성인이 돼 묘역 앞에 섰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참 스승에 대한 기억만큼은 또렷했다.

이들은 학창시절 선생님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아요. 가끔 꿈에 나오시기도 하는데….”

추억에 젖어 있는 제자들 곁에 서 있던 남 교사 아버지 남수현씨(67)가 눈물을 훔쳤다. 남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뒤 몸과 마음에 병이 들었다.

몸은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졌고, 마음은 자식을 떠올릴 때마다 생긴 멍으로 가득 찼다.

그나마 그가 삶을 꿋꿋이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만 들어요. 매년 아들을 찾아주는 예쁜 제자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주는 국민. 우리를 지금까지 견딜 수 있게 해 준 힘입니다.”

어머니 송경옥씨(66)는 눈물 가득 찬 눈으로 묘역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엔 `평생 마음속 남겨질 아픔이었다'라고 적힌 하트 모양 메모가 놓여 있었다. 글귀는 상처를 지우려 해도 지우지 못하는 마음을 투영하는 듯했다.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건 돌아오지 못한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현철·박영인 군. 아들이 담임을 맡아 가르쳤던 제자 두 명은 아직 차디찬 바다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

“시신을 찾은 가족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그러지 못한 부모는 오죽하겠어요. 우리 아들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어요.”

남 교사를 추억하는 자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의 부모는 찾아온 사람들을 맞으면서 감사를 건넸고, 제자들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모두가 돌아가는 길. 계속 흘러나오는 추모곡 가사가 귀를 사로잡았다.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마치 남윤철 교사가 제자와 부모님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처럼 느껴졌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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