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왜 그렇게 과학을 좋아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도 과학의 아름다움을 학생들과 같이 펼쳐보는 걸 좋아한다. 왜 그렇게 과학을 좋아하는 걸까?
과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략 다음 두 가지가 지속적인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첫째는, 몇 가지 초기 조건만 알아도 법칙 하나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큰 틀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로는 과학 법칙들이 확립되기까지 역사 속에서 보여지는 스토리텔링에 깊이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인슈타인의 노벨상 수상에 얽힌 이야기이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했던 논문 중 획기적인 논문이 세 가지가 있는데 광전효과(금속 등의 물질이 빛을 받으면 전자를 내놓는 현상), 브라운 운동(입자들의 불규칙한 운동),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양자역학과 함께 우주에 기본적으로 작용하는 법칙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리고 1915년 등속 운동의 제한을 넘어 가속운동까지 확장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그 당시 뉴턴 역학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난해한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무너뜨리고 시공간으로 통일하여 하나로 묶어버린데다가, 관찰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지만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니 당시 과학자들에게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워낙 스케일이 큰 이론이어서 1919년 개기일식으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검증될 때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즈음 아인슈타인은 8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거명되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그 이유를 혹자들은 독일의 물리학자 레나르트가 반유대주의자이어서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상대성이론이 너무 어려워서 선정위원들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은 후에 상대성이론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질 때 노벨상 선정위원회의 권위가 추락하게 될 것을 염려했다는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수상자 명단에 아인슈타인이 없다는 것을 후세 사람들이 알면 우리를 얼마나 비웃겠느냐?”라고 강력히 노벨상 수상을 추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그럼 어떻게 하였을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을까? 1921년 아인슈타인은 `이론 물리학에 대한 기여, 특히 광전효과에 대한 법칙을 발견한 이유'로 노벨상을 받았다. 1905년 발표되었던 상대론은 16년이 지난 1921년에도 여전히 상대성이론에 대한 어려움과 회의적인 시각 때문에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 획기적인 상대론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듬해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회에서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가 아닌 상대성이론에 대해 강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