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뛰어넘은 허점투성이 변명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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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3.19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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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정치자금 수수 폭로 반박한 구본영 천안시장 회견문 팩트체크

●후원금 명목 받은 돈 액수 확인 안해 … `부정한 돈' 인식

●합법적 5백만원 포함 2천만원 전액 반환 … 설득력 부족

●불법이라서 돌려줬다 … 반환 영수증 등 증표 받았어야

●김병국씨 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중용 … 밀월 관계 유지

# 구본영 시장 12일 기자회견 원문
당시 선거운동 기간 중 김병국씨 요청으로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대략 2014년 5월 말 경으로 추정됩니다. 식사 후 헤어지기 전에 밀폐된 종이가방을 후원금이라고 건네주었고, 당시는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었기에 바로 캠프 회계 담당자에게 주고 후원금 영수증을 끊어 드리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확인해 보니 후원금 한도액에서 벗어난 금액(2000만원)이라 제게 보고하였고 제가 즉시 반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담당자가 전달받은 종이가방 2000만원 그대로 김병국씨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습니다.


속보=채용비리와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구본영 천안시장이 또다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소환을 앞두고 있다.(본보 3월 6일·7일자 1면, 9일·13일자 16면 보도)

지난 5일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추가로 폭로하면서다.

김 전 부회장의 자수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구 시장은 12일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의 폭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12일 김 전 부회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구 시장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돈을 받았으나 후원금 한도액을 넘어서 회계 담당자를 시켜 돌려줬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문의 내용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모순점이 한둘이 아니다. 팩트 체크 형식으로 구 시장의 회견문을 분석해 봤다.

#체크 1. 액수 확인 왜 않았나 → 이미 `부정한' 돈이란 걸 안 듯
구 시장은 “식사 후 김씨에게 밀폐된 종이가방을 받아 자신의 선거 캠프 회계 책임자에게 줬으며 후원금 영수증을 끊어 드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이가방에 든 돈의 액수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돈을 준 사람(김씨)의 입장은 (떳떳하지 못한 돈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돈의 액수도 확인하지 않고 받아서 회계 책임자에게 전해주고 `불법 소지가 있어서'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

`부정한'돈으로 알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체크 2. 2000만원 진짜 돌려줬나 → 합법적 500만원도 안 받고 “모두 반환” 주장 … 설득력 부족
구 시장은 “법정 한도액(500만원)에서 벗어난 금액(2000만원)이라고 보고해서 즉시 반환하라고 지시해 모두 다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적법하게 받을 수 있었던 500만원은 왜 받지 않았을까. 후원금을 늘려야 하는 회계 담당자 입장에선 `합법적인' 500만원을 후원금 계정에 입금해 영수증을 끊어주고 1500만원만을 반환해야 했다.

선관위가 밝힌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구본영 후원회의 300만원 이상 후원금 접수 내역에 따르면 후원금 납부자는 총 12명이다. 각각 5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냈다. 그러나 이 명단에 김씨의 이름은 없다.

그렇다면 이 돈은 애초부터 후원금 계정에 편입시킬 의도가 없었던, `비자금 용도'의 돈이 아니었을까.

#체크 3. 불법이어서 돌려줬다? → 경계했으면 반환 증표 받았어야
구 시장은 한도를 초과해서, 즉 `불법적인'돈이어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는 후원인의 기부 한도를 위반하여 기부한 자와 받은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렇다면 이미 선거를 세 번째나 치르며 선거법에 달통해진 구 시장 캠프는 당연히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김씨에게 반환 영수증 따위의 증표를 받아뒀어야 했다.

하지만 구 시장은 반박 기자회견에서 반환 증표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다.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돈을 돌려주면서 이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체크 4. 김씨와 밀월 관계 유지 왜 → 취임 후 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중용
구 시장은 2014년 5월 말 김씨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고도 7월1일 시장 취임 후 그를 천안시체육회 상임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체육회의 제2인자 자리로 중용한 것이다.

김씨는 또 구 시장의 인수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그것을 거부해서 `불편한'사이가 돼야 했을 두 사람은 여전히 그때부터 2년여 간 밀월 관계였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당시 김씨가 건넸던 2000만원은 체육회 상임부회장 자리를 대가로 한 뇌물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형법 129조(수뢰, 사전수뢰)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천안 이재경기자
silvertide@cctim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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