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성거산 성지
굽이굽이 믿음의 혼 서린 고난의 길 되밟다한국의 성지 중 보기 드물게 해발 579m로 차령산맥 줄기의 높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천연(天然)성지 성거산성지는 봄, 가을에는 들꽃과 단풍으로 여름, 겨울에는 울창한 숲과 눈(雪)으로 순례자들을 감탄시킨다.
성지를 들어서면서 제1 줄무덤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온화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곳 성지 대부분은 비포장 시골길이다. 계곡길로 200m쯤 내려가면 첫번째 이정표가 나오는데 제2줄무덤까지 가는 길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득 차 있어 여름이라면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듯 싶다. 제1 줄무덤에는 돌 위에 세워진 예수님과 십자가 상이 있고, 그 앞에 순교자들의 묘가 잘 정돈 돼 있다. 제 2줄무덤까지 가는 길은 꾸불 꾸불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몇 번 해야 다다를 수 있다. 길 옆에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로다 산정을 오르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오솔길을 걷게 한다.
성거산 성지는 박해시기에 마을에서 살 수 없었던 신자들의 이주 현상이 일어나면서 형성된 교우촌과 이 교우촌에서 사목 활동을 했던 선교사들, 그리고 교우촌에 살다 순교한 순교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병인박해 때 공주 감영에서 순교한 최천여(베드로), 최종여(라자로) 형제와 배문호(베드로)와 고의진(요셉), 그리고 최종여의 며느리 등 5명의 순교자를 비롯해 무명순교자 및 신앙선조들의 유해 74기가 제1단지와 제2단지로 나뉘어 묻혀 있다. 이곳에 유골이 묻히게 된 것은 1959년 성거산 정상에 미군 레이더기지를 건설할 때 제1단지 바로 위 차도에 묻혀 있던 시신들을 순교자 최베드로의 증손인 최용기씨 등의 노력으로 이곳으로 이장하게 되었다. 이장 당시 여러구의 목 없는 시신들과 십자가 등 성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설립순으로 본 성거산 일대의 공소
성거산 일대의 공소를 설립순으로 보면 서덕골(목천면 송출리)은 1884년에 두세 신부가, 먹방이(먹뱅이:목천면 석천리) 공소와 소학동(쇠악골:북면 납안리) 공소 역시 1884년과 1888년에 설립했다. 사리목(북면 납안리) 공소는 1901년 드비즈 신부가, 매일골(목천면 송출리) 공소는 1895년 귀를리에 신부가 설립했으며, 석천리(목천면 석천리) 공소와 도촌(북면 납안리) 공소는 1913년, 1920년 이후에는 안성 본당의 공베르 신부가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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