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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찔려서

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강대헌 <에세이스트>l승인2018.01.12l수정2018.01.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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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6월 15일에 초등학생 어린이에게 무릎을 꿇으신 적이 있었죠?

“그날 `우리 들꽃 포토에세이 공모전'시상식에서 그랬죠. 작은 여자 아이 눈높이에 맞추려구요.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우리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힘의 균형을 깨고 혼자 거머쥐려 하는데, 자연은 그렇지 않아요. 약간은 비겁하죠. 우리 모두 조금 비겁해졌으면 합니다. 너무 자신감에 충만해 남을 윽박지르며 살지 말고, 나보다 남이 더 훌륭할 수 있음을 믿고 조금은 비겁하게 서로 배려하며 살았으면 해요.”



# 얼마 전에 책을 내셨다지요.

“원래 제목은 `내가 해봐서 모르겠는데'였는데, 책 제목이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로 바뀌었더군요. 일정 예산을 갖고 운영하는 국가 지도자, 공기업 사장, 기관장, 총장 등의 리더가 조직을 망하게 하는 이유를 제가 막상 해보니 모르겠더라구요. 리더가 자기 고집, 자기 명예, 잇속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직을 망가뜨리는 겁니다. 혼자 다스리지 않고 함께 일하면 망하기가 더 어려운 거죠. 군림(君臨)의 경영(經營)이 아니라 군림(群臨)의 공영(共營)을 해보자는 겁니다.”



# 그걸 어디서 배우셨나요?

“여왕개미와 침팬지와 꽃과 곤충이 제게 속삭여주더군요.”

-침팬지를 말씀하시니 “마음을 열고 겸손히 동물들에게 배우자”라고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저를 돌이켜보니, 한 번도 남을 깔본 적 없고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 없이 살았더군요.”



# 인간이란 존재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스스로 갈 길을 재촉하며 짧고 굵게 살다 간 동물로 기록될 겁니다. 무뎌진 공감의 힘을 다시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들어야만 희망이 보입니다. 자연을 보세요. 비정한 적자생존으로만 유지되는 게 아니더군요. 공감과 이타성이란 자연의 규칙이 있는 겁니다. 침팬지는 맹수에게 다친 동료를 보살펴주고, 코끼리는 우울해하는 어린 코끼리를 안심시키려고 그르렁 소리를 들려주거든요.”



# 경쟁으로 뒤틀린 마음과 불행감에 휩싸여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조직 위해 목숨 바치지 말라구요.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니까요. 개인이 행복하면 조직은 잘 굴러가잖아요. 어른들이 경쟁을 앞세워 아직 무뎌지지 않은 젊은이들의 공감력을 무시하니까, 젊은이들이 분노하게 되는 겁니다.”

위의 내용은 저널리스트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와 문화웹진 채널 예스에서 다루었던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재구성해 질문을 던져본 것입니다.

초대 국립생태원 원장 시절에 “지위와 나이를 뛰어넘어 진솔한 소통을 추구했고, 절대 거들먹거리지 않고 일체 대접받으려 하지 않고 먼저 대접하고 섬기며 함께 즐겼다”는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찔렸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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