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은 오늘도 달린다
김국영은 오늘도 달린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1.0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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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해 6월 27일 강원도 정선종합운동장 육상 트랙. 100m 결승 출발선에 선 선수들이 총성이 울리자 스타트를 끊었다. 6번 레인에서 치고 나간 선수의 스피드는 압도적이었다. 30m를 지나 중반 이후부터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폭발적인 주력으로 결승선을 밟은 그는 한국 육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10초0대에 진입하며 한국 신기록(10초07)을 달성, 육상계를 흥분시켰다.

1991년생 김국영. 그는 2010년, 19세의 나이로 31년 묵은 100m 한국 기록을 깨며 일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해 6월 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4회 육상경기선수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을 기록, 서말구가 1979년 동아대 재학시절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세운 10초34의 기록을 31년 만에 깨뜨렸다. 곧이어 열린 준결승에서도 10초23으로 결승선을 통과, 또다시 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그의 한국기록 경신은 침체한 육상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더구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1년 앞두고 달성된 쾌거여서 한국 스포츠계가 환호했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와 달리 김국영은 그해부터 오랜 침체기에 들어갔다.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는 무려 5년 동안 자신의 기록을 단축하지 못하며 `한물간 거 아니냐', `다 된 것 같다'는 등의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에 둥지를 튼 그는 새 코치진의 도움 아래 스스로 주법을 개발하고 훈련량을 늘리며 몇 배 이상의 땀을 쏟았다. 드디어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새 기록을 수립했다. 5년 전 자신의 기록 10초23을 0.07초 단축, 10초1대 벽을 넘어섰다. 그리고 2년 후인 지난해 6월, 10초07의 기록을 수립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김국영은 단신이다. 키가 175cm에 불과하다. 세계 기록 보유자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196cm이니 그 차이가 얼마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 단점을 보폭을 넓히는 훈련과 100m 달리기 연습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보완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기록을 무려 5차례 경신하며 한국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축구장에서 골을 넣지는 못해도 늘 가장 빨리 뛰어다니는 선수였다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했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처음엔 아들이 육상선수가 되는 것을 탐탁지않게 생각했다. 뙤약볕 아래 늘 고생을 하는 종목인데다, 하필이면 비인기 종목을 택한 아들이었기에 어머니도 만류했다. 그러나 아들의 열정에 손을 들고 말았다.

김국영의 새해 목표는 단순하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마의 9초대 벽을 깨는 것이다.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목표한 싸움에서 이기면 된다. 결코 넘지 못할 산이 아니다. 불과 0.08초만 단축하면 된다. 그는 기부천사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대회 우승 상금을 육상 꿈나무 후배 5명에게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보란 듯이 이겨 후배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고 싶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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