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토끼야
산토끼 토끼야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12.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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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날. 시골의 중학교 전교생이 작은 산하나를 에워싸고 소리를 지르며 올라간다. 가뜩이나 하얀 눈밭 위에 몸 숨길 데 없는 산토끼와 꿩은 혼비백산,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 어린 학생들의 손에 붙잡힌다. 이렇게 잡힌 여러 마리의 꿩과 산토끼는 그날 저녁 우리 은사님들의 맛난 안줏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어린 학생의 손에도 잡혔던 산토끼와 꿩들이 보기가 어렵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해방 이전부터 유치원생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 일부이다. 이제는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갔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갔느냐'라고 바꿔 불러야 할 정도이다.

산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토끼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굴을 파서 새끼를 키우는 굴 토끼와 굴을 파지 않고 새끼를 기르는 멧토끼로 나뉘는데 집에서 기르는 집토끼는 굴 토끼 종류이고 우리나라의 산토끼는 멧토끼 종류이다. 멧토끼는 집토끼보다 덩치가 큰 편이다. 보통 아침, 저녁에 활동하는 멧토끼는 다른 동물에게서 보기 힘든 자기 똥을 먹는 습성이 있다. 토끼가 먹은 풀, 나무껍질, 열매 등은 대부분의 위에서 소화되어 소장에서 흡수되고 대장으로 내려가 배출된다. 그러나 질긴 섬유소 성분은 소화되지 않아 대장에서 거꾸로 맹장으로 밀려 올라간다. 맹장에서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이를 분해해 포도당과 이당류인 셀로비오스를 만들며 비타민과 무기염류까지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맹장에서 4~8시간 분해된 것이 첫 번째 누는 풀색의 부드럽고 연한 똥으로 배설되자마자 다시 먹는다. 이렇게 먹은 똥은 위에서 다시 소화되어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여기에는 비타민 B12 등이 풍부해 토끼의 영양실조를 막아준다고 한다. 어떻게 자기 똥을 먹을 줄 알았을까? 참으로 신기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의 산토끼는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는 초식성의 동물이다. 번식률은 집토끼보다 훨씬 낮지만 한 번에 2~4마리, 1년에 2~3회 번식한다. 새끼는 집토끼와 달리 갓 낳았을 때부터 눈도 뜨고 털도 나 있으며 웬만큼 성장해서는 홀로 생활을 한다. 천적으로는 삵, 여우, 늑대, 수리부엉이 같은 육식동물이며, 구렁이도 어린 토끼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이런 천적이 사라진 산과 들에 산토끼가 늘어야 하는데 반대로 줄어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숲이 우거지며 풀밭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주범은 들고양이 때문으로 보인다. 원래 들고양이는 사람들이 쥐를 잡기 위해서 또는 애완용으로 기르던 것들이 야생화 된 것이다. 들고양이들이 어린 산토끼 새끼는 물론 꺼병이(어린 꿩 새끼)까지 잡아먹기 때문에 산토끼와 꿩의 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호두나 잣을 도둑질하던 청서들도 줄어 호두 잣 농가의 농민에게 좋긴 하다. 그러나 들고양이에 이어 개마저 야생화 되어 들개 무리가 되고 있다고 하니 들개들은 또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우리나라의 산토끼는 학명이 Lep us coreanus Thomas로 `coreanus'가 붙은 것은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는 뜻이다. 들개마저 산토끼를 위협하면서 산토끼도 멸종위기종이 되지 않을까? 사람의 욕심과 무관심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생물자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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