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56>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5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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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52주가 된 내력
아내 잃은 시바의 슬픔에 발길 닿는 곳마다 가뭄
'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을 가진 '타지마할'은 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17년의 결혼기간 동안 14명의 아이를 낳고, 15번째의 아이를 낳으려다 세상을 떠난 부인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여 만든 무덤궁전이다. 타지마할을 이루고 있는 하얀 대리석은 각도에 따라 다른 색감을 보여 아침과 한낮, 석양 무렵의 느낌이 다르고, 달빛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바라보더라도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특히 달빛에 비치는 타지마할의 모습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타지마할은 22년 만에 완공되었는데,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동원된 장인들을 포함한 2만여 명의 인력 외에도 건축자재 운반을 위해 1000여마리의 코끼리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국가 재정이 흔들릴 정도로 거액을 들여 완성한 타지마할에는 박물관에 버금갈 정도로 세계의 진귀한 보물과 미술품, 공예품이 모여 있다. 인도신화에는 무굴의 황제 샤 자한처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려고 하는 신과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인도 남성들에게는 여인을 더 뜨겁게 사랑하는 피가 흐르는가 보다. 인도의 창조신 브라마는 땅을 다스리는 지도자들을 세웠다. 그 중 한 명인 타크샤에게는 27명의 딸이 있었다. 막내 사티 공주를 제외하고 딸들은 모두 달의 신과 결혼했다. 훌륭한 왕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사티 공주는 아버지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파괴의 신 '시바'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시바와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하자, 사티 공주는 인도의 독특한 결혼제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인도에는 공주가 구혼자들을 모아놓고 그중 한 명을 남편으로 선택하는 '스와얌바라'라는 제도가 있었다. 공주가 스와얌바라에서 내린 결정은 아버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드디어 스와얌바라의 날 아침이 밝았다. 행사장에는 시바 신을 비롯한 각국의 왕자들과 재력가, 권세가의 아들들이 몰려와 공주에게 남편으로 선택되기만을 기다렸다. 결정의 순간, 공주는 시바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며 자기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선언해버렸다. 아버지는 못마땅하고 화가 났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시바 신은 공주와 함께 히말라야 산 너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갔다. 히말라야 산의 모든 신과 정령, 요정들이 그들을 기쁘게 맞아주었다. 공주는 나날이 행복하기 만했다. 만년설이 쌓여 있는 히말라야산의 아름다운 정경과 더불어 사는 마음 착한 정령들, 산짐승들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시바의 사랑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시바 신도 마음을 다해 공주를 사랑했다. 공주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다.

명상의 시기가 돌아오자 시바 신과 공주는 남루한 차림을 하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딸이 거지 차림으로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공주의 결혼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인도에 있는 모든 신들을 초청하여 큰 잔치를 베풀면서 사위인 시바만은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

"시바님, 우리도 잔치에 가요. 가서 아버지께 우리의 사랑을 보여드리도록 해요."

"공주여, 오히려 아버지가 우리를 더 미워하게 될 수도 있으니, 가지 맙시다."

시바 신이 만류하자 공주는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우겨 잔치에 참석했다. 수도생활을 하다 내려온 딸의 초라한 행색을 본 아버지는 심사가 뒤틀려 사위인 시바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모욕을 퍼부었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부들부들 떨던 공주는 땅에 쓰러져 결국 죽고 말았다. 공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시바는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장인의 궁으로 쳐들어가 모든 것을 파괴해 버렸다. 그래도 그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아내를 잃은 시바의 비탄이 어찌나 깊었던지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가뭄이 들었다. 폭풍과 비를 가져오는 인드라 신마저 시바의 모습에 겁을 먹고 숨어버렸다. 인도는 몬순이 들어오면서 비가 내려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시바의 비탄으로 인도 전역에 크나큰 가뭄이 들자 산천초목이 말라죽는 것은 물론, 사람들도 굶어 죽기 시작했다.

"땅의 모든 생명체가 죽게 되었습니다. 인도의 수호신인 비슈누여, 도와주소서!"

인도의 모든 신들이 비슈누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청했다. 시바를 찾아간 비슈누는 우주의 이치와 생사에 대해 차분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티 공주가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을 수 있는 신전을 만들어주고, 때가 되면 환생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비슈누는 마법의 원반을 이용해 죽은 공주의 몸을 52조각으로 나눈 다음 인도 전역에 뿌렸다. 1년이 52주가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인도의 수확기와 그 이듬해 파종기 사이의 기간이 대략 52일인 여기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공주의 몸이 뿌려진 52지역에는 여신을 섬기는 신전이 생겨났다. 그리고 때가 되자 공주는 히말라야 신의 딸이자 어머니의 여신인 우마로 환생하여 시바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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