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역량 키우는 잔치 같은 과학대회를 꿈꾸며
미래역량 키우는 잔치 같은 과학대회를 꿈꾸며
  • 김태선 교감<충북과학고>
  • 승인 2017.12.13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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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김태선 교감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판타지 소설로 각종 외전이 나오고, 영화계, 연극계를 휩쓸며 지난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스포츠는 판타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다 알고 있는 가상의 스포츠 `퀴디치'로, 해리 포터가 등장하는 마법세계에서 인기있는 경기이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4개의 공(각 기능이 다른 공)을 사용하는 구기 종목인데 마치 공중에서 벌어지는 축구 월드컵같이 느껴진다.

마법세계를 다루는 이 소설은 퀴디치에서 사용되는 각 공의 기능은 물론 디자인까지 세밀하게 선보일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마법사의 세계에 맞는 스포츠를 창작해내고 이 스포츠가 마법 기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도록 구성돼 학습을 돕도록 되어 있다. 우리의 미래는 마치 소설 속 세계처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세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래 세계를 살아갈 우리의 청소년들을 위해 미리 앞당겨 세상을 들여다볼 창구를 열어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컴퓨터 운영체제`윈도우'를 개발한 것이 가상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라고 볼 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미래를 들여다볼 `윈도우'는 바로 퀴디치와 같은 대회이다. 미래의 기반이 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미리 겪어보되, 자칫 메마르기 쉬운 기계와 컴퓨터의 미래를 보듬어주는 감성으로 맛을 내도록 과학 관련 대회를 변모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5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향후 이뤄질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의 시범 종목을 선보이고, 이에 대해 다양한 안내와 홍보가 지난 주말까지 진행되었다. 내년 시범 종목으로 들어올 종목을 살펴보면, `과학컴퓨팅'과 `메카트로닉스'이다. 과학컴퓨팅은 과학적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컴퓨팅 사고 능력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교육용 프로그램 언어(엔트리, 스크래치)를 사용해 이해력, 사고력, 감성적 스토리 구성을 종합 평가한다. 메카트로닉스는 기계공학(Mechanics)과 전자공학(Electronics)의 합성어로, 과학적 문제 상황을 기계, 전자, 컴퓨터 등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초적 이론과 기술을 종합 평가한다. 이처럼 다가올 세상에 맞추어 변모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지만 한 가지 아쉽다.

과거 노벨상은 개인의 우수함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 수상했으나 오늘날의 노벨상은 협동이 이뤄져야 가능한 연구팀의 성과에서 주어지고 있다. 경쟁의 대회 무대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고, 협동의 무대를 장려하여 그 분위기를 아이들은 배워야 한다.

컴퓨터 코딩의 세상을 넘어 자칫 무시되거나 약해질 수 있는 부분, 즉 만들기를 즐기기로 승화시켜 스스로 학습하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시도해보고, 옆자리 누군가의 탐구로부터 배움을 얻는 틴커링 데이(Tinkering Day)가 필요하다. `틴커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직관, 상상, 호기심 등에 따라 시도해보는 것으로 옳고 그름이 나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주변에 쓰레기같이 넘쳐나는 오래된 가전제품을 모아다가 부수고 조립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보다가 친구들과 놀며 배우는 공간을 제공하는 축제 같은 퀴디치 대회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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