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 수능 시스템 개혁
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 수능 시스템 개혁
  • 조규호<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7.1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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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 조규호

지난 23일 어렵게 2018년 대입 수능시험이 무사히 끝났다. 포항의 지진 사태로 수능 역사상 처음으로 1주일이 연기되었고 전국이 숨을 죽이면서 수능을 치렀다. 1주일 연기로 인해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교육부와 학교당국, 학원, 여행사, 병원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회성 국가적 행사로 치러지는 수능은 대학 수학능력 점검 시스템으로는 너무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다. 개인의 능력이 각각 다 다르건만 사회적으로 일시에 그 능력을 점검하는 제도 자체가 난센스다. 특히 재난에 취약한 1회 수능 시스템의 개선은 매우 중요한 새 정부의 과제임이 확실하다.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이 나라의 주권자인 우리가 이러한 답답한 수능 시스템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바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공약에 수능 시스템 관련해서 어떤 내용이 있었나? 살펴보면 대입제도의 단순화와 공정성 확보를 언급했고, 대입 단순화는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수능전형 등 3가지 방식으로 복잡한 대입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거의 전부이고 수능 시험의 개선 관련해서는 전혀 공약이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23일 치러진 대입 수능시험이 포항지진으로 인해 1주일 연기되어 그나마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끝났는데 시험 연기 탓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수능 연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점이나 후유증을 좀 살펴보자.

교육부는 시험장 추가 확보 등 추가로 들어간 시험관리 추가비용만 85억 원이 들었고, 약 700명의 출제위원의 2달에 이어 1주일의 추가 연금(격리 조치)이 있었다고 밝혔다. 연기된 23일 수능일에 약한 지진이 있어 다행이었지 또 한 번 중대한 수준의 지진이 있었다면 사상 초유의 시험 재연기 사태가 생길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은 사실상 없었던 탓에 참으로 대책 없는 국가적 난리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한 사회적 연쇄 후유증은 또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상상이 어렵다. 수능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국가적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한 셈이다.

일회성 수능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단 전국적으로 한날한시에 같은 문제로 치르는 현재의 수능으로 인해 국가적 사회적 통합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 이륙이 조정되고 증시 개장이 늦춰지고 대중교통과 일반인의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는 등 온 국가가 난리 속에 빠진다는 것이다.

수능이 어떤 성질의 행사이기에 그런가? 또 하나 문제점은 현재의 수능은 인생을 결정짓는 행사로 여겨지는데 그런 행사가 단 1회의 시험제도로 주어지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1회 행사로 대학이 결정되고 대학은 인생의 수준을 결정하니 말이다. 물론 재수, 삼수가 있지만, 비합리적이다.

우리와 그나마 비슷한 일본,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미국은 비영리 교육기관이 주관하는 SAT, ACT 등으로 선택할 수 있고 각각 1년에 7회씩 총 14회를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라면 볼 수가 있다. 일본이 우리 한국과 유사하나 문제은행식의 시험형태이고 본시험, 추가시험, 재시험 등으로 세트화되어 있어 덜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지진 난리 속에 치러진 수능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국민의 자질과 능력을 일렬로 세울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국민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 주권자들을 통제적 대상으로 능력 점검하는 식의 대학수학 능력을 확인하려 하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이 보는 수능은 일정한 대입자격을 테스트하는 자격시험으로 수능의 역할을 축소해야 하고, 횟수도 늘려야 한다.

기본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대학의 전공학문에 맞는 적성과 수학능력은 각 대학에 사교육의 부작용 없도록 최소한의 시험 내용으로 본고사를 치르게 해야 한다. 각 대학은 대학의 특성과 전공에 맞는 기본적 능력과 소양을 갖춘 학생을 스스로 선발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러한 수능 시스템의 개혁은 대학순위가 사회적으로 일직선으로 서열화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의 병행으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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