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 갑질 횡포 근절 ①
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 갑질 횡포 근절 ①
  • 조규호<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7.11.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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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 조규호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상조 위원장은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발표를 통해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서 공정위가 가진 전속고발제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맹본부(갑)는 가맹점들에, 유통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협력사들에, 도소매 유통업체는 대리점에 자행하는 소위 갑질 행위를 저지를 경우 형사적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행위를 소비자나 시민단체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 `묻지마'소송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목멘 소리를 높이는 등 논란이 뜨겁다.

갑질 근절은 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중요 부분으로서 개혁의 핵심요소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갑질 횡포 근절과 관련한 대선 공약정책을 살펴보자. 우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을 비롯해 검·경찰, 국세청, 공정위 등 범부처의 `을'지로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가맹사업, 대규모 유통업, 대리점업 등에 고질적 갑을 관계의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을'협상력 강화를 위한 단체구성권 부여,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외에 대기업과의 공정교섭을 위한 중소기업 단체 교섭력 강화 지원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납품가 공정화 등을 내세웠다. 크게 보면 국민 대다수가 찬성할만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공정위만 할 수 있던 유통 3법(가맹법, 유통업법, 대리점법) 위반행위 고발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면 사소한 불공정행위까지 소송이 발생해 소송비용은 물론, 기업체는 사업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금도 현재의 3배에서 10배로 상향하는 것에도 예민한 반응이다.

의무휴업 등 각종 유통규제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업계 경영 여건이 악화 되어 있는데 또다시 기업을 옥죌 수 있는 수단이 추가됐다는 불만이다. 이는 기업의욕을 감퇴시켜 일자리 창출에도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일면 맞는 듯하지만 갑질의 원인 분석과 잘못한 행위에 대한 반성 없이 처벌이 빈번해 질 가능성에 대해서만 선제적 공격을 가하는 형세다.

갑질 횡포는 왜 발생할까?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제대로 된 것들일까?

원인을 찾아보면 학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사업관계나 거래상의 약자에게 갑질 해도 괜찮을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사업을 살펴보자. 완성차를 만들어 파는 업체는 수많은 부품공급 협력사들의 도움을 받아 차를 팔고 돈을 벌지만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어느 정도의 순이익을 남기는지, 사업단계별 협력사들의 이익기여도 등의 경영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협력사들의 경영정보는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한마디로 정보 보유의 동등한 관계가 아닌 비대칭 불균등의 정보 보유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갑질이 만들어지는 환경이다.

우리네 기업들은 아직 자기네 노조간부들에게도 경영정보를 알리지 않기에 선진화되기에는 보수적이고 힘든 존재들이다. 재무제표 공시는 우리 산업계에서 아직 신뢰할 만한 수준이 안된다.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사건이 심심치 않은 것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문 정부의 갑질 근절을 위한 정책들은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에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싸움이 터지고 난 다음을 위해 `을'을 돕는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싸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갑'들의 경영정보 제공을 협력사들에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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