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밭에 오는 봄
윤 정 옥겨우내 앓던 묵정밭이
입춘 지난 햇살을
구부정한 어깨로 받아낸다.
오래 감겨있던 속눈썹에
훈훈한 바람 한 올 걸쳐지면
움찔, 엉덩이를 들었다 놓는다.
지난봄에도 지지난 봄에도
아무도 말 걸어 주지 않았다
밭 언저리 앵두나무 가지마다
분홍빛 말의 꽃 피어나는데
가로질러 밟고 간 발자국들
늘 신열에 들끓어
잎도 꽃도 피울 수 없었다.
이 봄, 누군가 다가와
딱딱한 땅의 심장 깊숙이 삽을 넣고
말랑해진 흙에 가슴속 품어 온 말의 씨
훌훌 뿌려줬으면, 둥그런 파꽃 피어났으면
묵정밭에 새봄이 온다
따스한 말 한 마디 건네러
들판 끝에서 아지랑이 몰고 온다.
<작가약력>
서울교육대학 졸업
우이시 동인
현재 서울신학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
시집으로 '그를 만지며 지나간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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