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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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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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에 오는 봄
윤 정 옥

겨우내 앓던 묵정밭이

입춘 지난 햇살을

구부정한 어깨로 받아낸다.

오래 감겨있던 속눈썹에

훈훈한 바람 한 올 걸쳐지면

움찔, 엉덩이를 들었다 놓는다.

지난봄에도 지지난 봄에도

아무도 말 걸어 주지 않았다

밭 언저리 앵두나무 가지마다

분홍빛 말의 꽃 피어나는데

가로질러 밟고 간 발자국들

늘 신열에 들끓어

잎도 꽃도 피울 수 없었다.

이 봄, 누군가 다가와

딱딱한 땅의 심장 깊숙이 삽을 넣고

말랑해진 흙에 가슴속 품어 온 말의 씨

훌훌 뿌려줬으면, 둥그런 파꽃 피어났으면

묵정밭에 새봄이 온다

따스한 말 한 마디 건네러

들판 끝에서 아지랑이 몰고 온다.

<작가약력>

서울교육대학 졸업

우이시 동인

현재 서울신학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

시집으로 '그를 만지며 지나간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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