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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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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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시작이 전부다
각 안 <백운사 주지스님>

새해 벽두 항구에 나가보니 크고 작은 배들이 출항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마침 섬이 움직이는 것처럼 큰 배 한 척이 닻을 올리더니 힘차게 바닷물을 가르면서 서서히 미끄러져 나간다. 시작이란 이처럼 크고 작음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성스럽고 거룩한 물짓이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처음 보리심을 발할 때 바로 정각을 이룬다고 했다.

시작이 전부인 셈이다.

우리 승가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는 끝없는 복덕을 쌓고 번뇌를 끊는 것으로 공부를 삼아서 선정을 이루어 언젠가는 부처가 되겠다는 원력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는 나의 성품이 부처님의 성품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믿고 순간순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첫걸음을 어느 곳으로 옮기느냐에 따라서 나중에는 하늘과 땅처럼 벌어지기 때문이다.

발심 출가하여 세상의 집을 나설 때는 금방이라도 깨달음을 얻을 것 같아서 난행과 고행으로 수행의 공력을 들였지만, 얻어진 소득은 적고 다시 방황하는 것은 바로 첫걸음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마치 눈덩이가 어느 방향으로 구르느냐에 따라서 몸집이 불어나는 양은 가속적으로 증폭되고 걷잡을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이 서로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법화경'에 상불경 보살은, 만나는 사람마다 절을 하면서 찬탄하기를 "나는 그대를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 그대들은 모두 부처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지않고 성을 내면서 몽둥이로 때리거나 돌을 던지면서 욕설을 퍼부었음에도 한결같이 물러서지 않고 똑같은 말로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사람들은 자기 본래 부처임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선지식을 비방하고 밖으로 부처를 찾아나선다. 첫 시작이 한참 잘못되었다.

마음은 색깔로 표현하면 황금색이다. 그래서 법당의 부처님은 금색 옷을 입었고, 깨달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오로라도 황금색이라고 한다. 똥돼지를 황금돼지로 바꾸어 쓰는 것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새해에는 서로가 부처임을 인정하고 찬탄하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소한, 대한이 지나 추위가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위가 깊어지면 봄 또한 멀리 있지 않다. 두 손을 호호 불어 보고 두 발을 동동거려 보자. 추위는 금방 달아나고 흔적 또한 없을 것이다. 이것이 봄이 오는 소식이다.

정해년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고 항상 유익하며 항상 따스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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