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 탈 원전정책 ②
왜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 탈 원전정책 ②
  • 조규호<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7.11.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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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 조규호

원전사고 위험성이 아무리 없다고 쳐도 원전 폐기물의 처리 비용을 생각하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활용 방법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결코 저렴하지 않은 방법이기에 장기적으로 탈원전 정책의 중요성은 이미 드러났다. 그리고 현명한 추진 방법론도 등장했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에는 전문가 이외에 471명의 시민참여단으로 19세 청년 부터 82세 어르신까지 참여했다. 기간 내내 진지하게 숙의 과정을 거쳤고, 98.5%라는 놀라운 참여율로 최종 조사에 임해 국가 장래와 미래 세대를 위해 지혜롭고 현명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제도를 잘 보완해 국민적 갈등과제에 대한 결정과 실행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그리하여 환경, 사회, 경제의 삼각대가 지속가능한 상태의 것이 되도록 한 나라와 전 세계가 협력해 나가면 된다.

쉬운 듯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이미 썩은 쓰레기가 너무도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국내에 개봉된 핵 재난 영화 `판도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원전마피아의 적폐는 대적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책 결정 시스템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하나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위원회의 활동처럼 신선한 분쟁해결 방법이 출현했건만 이런 민주적 발전에도 반대하는 자들은 있고 보완할 사항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 25일 자 중앙일보에는 `공론화가 망하는 길'이라는 글을 남정호 논설위원이 남겼는데 섣부른 공론화를 반대하는 글이었다. 그는 황소 체중을 맞추는 방법으로 수백 명을 불러 추정케 하고 이것의 평균값은 내면 어떤 전문가의 예상치보다 정확한 값이 나올 수 있지만, 집단지성이 현명한 결과를 내기보다는 편견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편견을 가진 집단이 집요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펴면 악성 집단주의로 쉽게 변하게 되고 결국에는 악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기에 그는 성공적인 공론화를 위해서는 첫째, 참여 개인이 독립적으로 사고할 것, 둘째,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할 것, 셋째, 다양한 시민을 참여시킬 것을 주문했다. 이 조건들이 충족이 안 되면 선동가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원전문제는 전문가들의 영역이기에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의 선결조건에는 찬성하지만 전문가들의 영역이기에 주권자들인 국민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법은 동의할 수 없다. 지난 호의 필자의 글에 밀양의 송전탑을 저지했던 김영자 씨의 기고문을 소개했는데 이분의 중요한 주장 하나가 더 있었다. 아무리 무식한 시골 노인들이라고 해도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권할 때 그 의사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 자신이 한다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앞으로의 탈원전 정책도 국민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사 재개가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결정되었는데 전반적인 탈원전 정책도 사실적으로는 국민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면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너무나 팽팽하게 다툼을 하고 있고 국가적 중대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안은 장기적으로 국가적 대사이다. 만약 탈원전에 우호적인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5년 동안 펼치다가 정권이 바뀌었을 때 반대하던 다른 정권이 친원전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적 혼란과 낭비적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북유럽의 국가들처럼 안전하게 살되 전기를 펑펑 사용하는 이점을 포기할 것인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적어도 국민투표에 가까운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이 충분히 전문가들의 토론과 주장을 듣고 그리고 이번의 공론화위원회보다 더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수의적 토론과 학습을 통해 결정케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서 전문가들의 토론과 주장을 별도로 듣는 시간이 없었기에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국민배심원제처럼 전문가들의 활동시간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의 토론을 충분히 듣고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면 대리인에 불과한 국회의원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현명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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