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식 충북도 정무부지사의 장수비결과 퇴임이 주는 여운
설문식 충북도 정무부지사의 장수비결과 퇴임이 주는 여운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10.30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한 달이 채 모자란 5년을 충북도 정무부지사로 일한 설문식이 오늘 그 직을 떠난다.

떠날 때는 말없이 라는 노랫말처럼 그 흔한 퇴임식도 마다하고서.

그랬다. 그는 민선 5기 후반기인 2012년 11월 23일 이시종 지사의 간택을 받고 낯설고 물 설은 충북도의 정무부지사로 부임해, 민선 6기가 저물어 가는 2017년 10월 31일까지 경제부지사와 정무부지사로 기능했다.

그는 그렇게 충북도의 최장수 정무부지사가 되었고, 5년이란 나이테만큼 충북도정에 많은 족적과 애증을 남겼다.

정무부지사는 지방자치제가 부할 되면서 생긴 광역자치단체 서열 3위의 자리이다.

정부와 협의해 중앙부처 고위직 공무원 중에서 발탁하는 행정부지사(서열 2위)와 달리 자격요건을 갖춘 공무원이나 민간인 중에서 도지사 직권으로 임명하는 지방직 최고위 공무원이다. 하여 정무부지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하나는 도지사 선거에 기여했거나 기여할 정치지향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현안 해결과 국비예산 확보에 기여할 실무지향 인물이다. 전자는 주로 지역의 명망가나 내부 공무원 중에서 발탁하고, 후자는 희망하는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중에서 발탁한다. 그러므로 정무부지사의 수명은 길어야 2년이고 거개는 1년 남짓이다.

도지사가 쓰고 싶은 사람도 많거니와 임명된 자들도 부지사 경력에 자족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를 충북출신도 아닌 강원도 강릉 출신인 설 부지사가 5년여를 근무했으니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지역연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벌레인 이시종 지사 밑에서 오래 버티기 어려울 거라는 예단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며 빠르게 충북에 녹아들어 갔고, 재무부와 기획예산처 출신답게 국비예산 확보와 기업유치에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중앙부처와 수도권 기업들을 발이 부르트도록 방문해 이 지사의 의중을 관철시켰고 실타래처럼 엉킨 지역현안들을 풀어나가는데 기여했다.

“에헴” 하며 자리보전이나 하는 부지사가 아니라 도세 확장과 도정발전에 전력투구한 시쳇말로 연봉값·이름값을 한 부지사였다. 그의 최장수 기록이 이를 웅변한다.

공직자는 재임 중에 공과가 있기 마련이고, 관점에 따라 평가도 다를 수 있다.

설 부지사는 도민들에게는 비교적 겸손하고 부드러운 처신을 했으나 휘하 공무원에게는 업무의 효율성을 채근하는 엄한 상사였다.

하여 업무에 과부하가 걸려 스트레스받은 공무원들도 적잖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충북인보다 더 뜨겁게 충북을 사랑한 의지의 공직자였고, 공은 이시종 지사와 도청 공무원들에게 돌리는 소탈하고 청렴한 공직자였다.

며칠 전 이삿짐을 싸는 그에게 앞으로 뭘 하며 지낼 거냐고 물었더니 “배낭을 메고 한동안 국내를 여행할 계획인데 우선 재임 중에 가보지 못했거나 스쳐 지나갔던 충북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작정이라고”, 또 “제2의 고향인 충북에 작은 땅이라도 마련하여 소일하며 충북도민으로 살고 싶다”고도 했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 못내 아쉽다는 그는 2020년까지 전국대비 4% 경제를 달성하기에는 벅찬 과제임이 분명하나 162만 충북도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힘차게 달리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제는 온실 같아서 꽃을 피우는데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만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폴 사무엘슨의 말을 인용하며 자만을 경계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는 오늘 정부미에서 일반미로 거듭난다.

 `수고한 당신 안녕히 가시오'라는 말과 함께 그의 일반미 인생에 평화와 안식이 깃들기를 축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