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탐방 박물관
테마탐방 박물관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2.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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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술 박물관 리쿼리움

눈으로 마시고 세월의 향기에 취하고

▲ 입구에는 스코트랜드의 거대한 증류기를 조형물로 세워 술박물관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소 개술박물관은 세계 각국 술의 향기와 문화, 술에 관한 예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모든 술의 역사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종합 술박물관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체험관인 2층에는 생맥주 및 각종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에 있다.(문의 043-855-7332) ▲ 술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 주고 있는 김종애 관장.


박물관 탐방을 시작한 뒤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떠난 곳이 바로 술박물관이다. 왠지 이름만 들어도 잔마다 술이 그득하게 고여 오는 지, 술심부름 때마다 주전자 꼭지서 찰랑거리는 막걸리를 마시며 돌아오곤 했다는 이야기부터 술지게미 먹으며 자랐다는 양조장집 딸까지 그야말로 술술 술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더구나 술이란 주제가 주는 호기심 때문인지 애주가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갖는 술박물관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 지중해에서 인양된 와인항아리. 기대를 한몸에 받고 찾아간 술박물관은 중원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충주시 탄금호반 중앙탑 공원에 있었다. 국보 6호인 중앙탑과 우륵이 가야금을 뜯던 탄금대를 경관으로 한 술박물관은 스코틀랜드에서 운송해온 대형 증류기를 세워 이국적이면서도 멋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다. 20년간 세계 각지 다니며 문화재 수집 김종애 관장은 "모든 술의 역사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박물관을 설립하게 됐다"며 "세계 각국의 술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술박물관은 술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며 20년간 세계 각지의 문화재를 수집하고 연구해온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 지난 2005년 개관했다"고 설명했다. 오크통을 쌓아 놓은 전시관은 탐방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와인관, 오크통관, 맥주관, 동양주관, 증류주관, 음주문화관, 체험관 등으로 동선을 배치했다. 또 테마별로 분류해 놓은 전시장에는 3000여 가지의 술과 함께 관련 자료가 망라되어 있으며, 술의 제조과정, 종류는 물론, 술잔과 술병의 변천사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 증류관의 모습으로 오크통 속에 저장된 술을 향기와 양을 연차별로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가장 먼저 만나는 와인관은 신화시대부터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이어지는 와인의 역사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며, 세계 각국의 와인 실물 전시와 와인 고르는 법, 보관법 등도 배울 수 있다. 벽면에는 유럽에서 포도를 수확할 때 사용하는 바구니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김 관장은 "중세기에 사용했던 포도수확 기구나 양조도구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면서 "프랑스인들은 포도를 많이 담기 위해 긴 바구니를 사용한 반면, 이탈리아인들은 옆이 넓은 바구니를 사용해 노래 부르며 포도를 수확했기 때문에 용도는 같아도 모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지중해에서 발굴된 '암포라'라고 하는 와인저장 항아리도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으로 추정되는 이 항아리에는 지중해의 작은 생물들이 그대로 표면에 얼룩처럼 붙어 있어 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술의 맛과 향기를 좌우하는 보관방법 중에서 오크통을 빼 놓을 수 없다. 참나무로 만드는 이 통은 와인이나 위스키, 맥주를 숙성시키는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내부를 태운 뒤 술을 담아 놓는다고 한다. 이렇게 속을 태운 나무는 술의 좋지 않은 성분을 제거하고, 나무 자체에서 향이 우러나와 와인향기를 좌우한다고 하니 참숯의 효능을 서양에도 일찍 알아본 셈이다.

위스키, 브랜디등 다양한 증류주 전시

▲ 술병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증류관으로 발길을 옮기면 비로소 눈에 익은 술들을 만날 수 있다. 서민들에게 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소주를 비롯해 위스키, 브랜디, 코냑 등 다양한 증류주를 볼 수 있다. 중세기까지만 해도 귀족문화였던 술이 대중화되기 까지는 증류주의 개발이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김 관장은 "중동의 연금술사들에 의해 개발된 증류기법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수사들에 의해 서양에 퍼지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동양은 아리비아의 증류기술이 실크로드를 타고 전파되었다"며 "증류주관에는 1976년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양주위스키와 암스트롱의 달착륙을 기념해 만든 기념주 등 각 나라의 다양한 증류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크통속에서 숙성시키는 위스키를 연차별로 전시해 향과 양을 직접 볼 수 있게 전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술은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하며, 천사가 마신 술까지 계산해야 되니 오래된 술일수록 술값은 당연히 비싸지게 된단다. 이외에도 전시관에는 세계인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맥주관과 중국과 일본, 한국의 문화를 술을 비교 전시해 놓은 동양주관, 조선의 세종대왕이 각 향교나 서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했다는 향음주례를 배우는 음주문화관, 체험관이 있다. ▲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위스키.


김 관장은 "박물관에 전시된 여러 문화재들은 대부분 수입된 것으로 인류의 역사보다 긴 역사를 가진 술은 각 나라마다 독특한 생활문화를 만들어내며 발달해 왔기에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며 앞으로 "소설 속 인물을 술병에 그려 넣는 중국 술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비롯해 건전한 음주문화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과 전통주 빚는 체험시간을 마련해 술과 문화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탐방 코스인 음주체험관에서 칵테일을 앞에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언제부턴지 창밖에는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탄금호를 바라보며 술익는 마을을 그려본다. 술과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다고 했던가. 술이 익듯 마음도 익어가는 사람의 눈길이 그리운 날, 류시화 시인이 권하는 '잔 없이 건네지는 술'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본다.

세상의 어떤 술에도 나는 더 이상 취하지 않는다 당신이 부어 준 그 술에 나는 이미 취해 있기에

- '잔 없이 건네지는 술' 전문-

 찾아오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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