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의 예수’ 故 정일우 신부 삶 영화로
‘판자촌의 예수’ 故 정일우 신부 삶 영화로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0.26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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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내 친구 정일우’ 전체관람가 개봉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가장 신뢰했던 종교인

亞 노벨상 `막사이사이상' 수상한 사회운동가

`파란 눈의 신부'라 불리며 평생 한국사회의 가난한 이들 곁을 지켰던 故 정일우 신부의 삶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내 친구 정일우'(한국·84분·감독 김동원·전체관람가)가 지난 26일 개봉했다.

“가난뱅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었던 고 정일우 신부(1935~2014, John Vincent Daly, 요한, 미국). 판자촌의 예수로 불리며 예수의 삶을 몸소 실천했던 `진짜'사람 정일우 신부는 영화 속에서 헝클어진 머리, 검정 고무신, 추리닝 패션으로 매일 같이 커피, 담배로 하루를 시작하며 “한 잔 해야지”를 외치며 판자촌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 소망은 죽기 전에 인간 되고 싶은 거예요. 다른 것이 없어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가장 신뢰했던 종교인이며 아시아의 노벨상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사회운동가였다.

그는 1935년 미국 일리노이주 파일로(PHILO) 마을에서 태어났다. 1953년 8월 예수회에 입회해 위스컨신 관구 수련원과 주니어 레이트 과정을 거쳐 세인트 루이스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60년 9월 한국에 와서 1961년 3월부터 3년 동안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 세인트 루이스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966년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한국에 돌아와 예수회 부수련장, 수련장을 맡으면서 철학과 영성신학을 가르쳤다.

1973년 11월 복음을 입으로만 살고 있다는 의심이 들자 그는 청계천 판자촌으로 들어갔다. 청계천 판자촌에서 도반(道伴) 고 제정구(19 44~1999·바오로)를 만났다. 정 신부는 양평동 판자촌 생활을 시작으로 철거민 집단이주 마을인 복음자리, 한독주택, 목화마을을 건립했다. 1980년대는 목동, 상계동 등 강제철거에 맞서 도시빈민운동에 함께했다. 1989년 판자촌지기 제정구 의원과 함께 막사이사이상을 공동 수상했다.

잊혀진 존재 농민 속에서 살기로 하고 1994년 11월부터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에서 예수회 누룩공동체를 이뤄 농부로 살다가 2014년 6월2일 선종했다. 정 신부는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초대 위원장(2002), 예수회 제3수련장(2002~2006)을 역임했다.

`내 친구 정일우'를 제작한 김동원 감독은 1988년 정 신부를 처음 만났다. 그의 눈에 비친 정 신부는 흥을 다해 춤추고 노래하며 온 동네를 잔칫날로 만들었던 소탈한 이웃이었다.

김 감독은 “작품을 만들다 보니 정 신부님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재미있는 분이셨고 우리끼리만 알고 좋아하기엔 아까운 사람이란 생각이 커졌다”며 “특히 지금처럼 인간관계가 엷어지고 가치관이 희미해져 가는 세상에서 정 신부의 삶은 밝은 불빛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故) 제정구씨의 부인이자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 신명자 이사장(베로니카) 등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제정구기념사업회·예수회 한국관구·푸른영상이 제작한 이 영화는 충청권에서는 청주 롯데시네마, 서산 롯데시네마, 인디플러스 천안에서 상영한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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