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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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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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제1심 판결에 대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는 흡연피해자 김모씨 등 31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 인과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1999년 12월 폐암 말기 환자 7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와 KT&G가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도 숨긴 채 담배를 팔아 질병에 걸리게 한 책임이 있다'며 3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지 7년간의 국내 첫 '담배소송'에서 사실상 담배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가 오랫동안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한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부가 2년마다 바뀌었고, 환자 7명중 4명이 사망하는등 상황이 순탄하지 않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할 재판부가 오히려 담배의 중독성과 국민건강권을 외면한 것으로 비춰져 실망스럽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3가지였다. 흡연과 폐암발병 사이에 인과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면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가, KT&G 측이 경고문구 삽입 등을 통해 유해성을 제대로 알렸는가 등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원고들은 장기간 흡연과 폐암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원고들의 흡연과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피고가 제조·판매한 담배에 제조·설계·표시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들의 폐암이나 후두암이 바로 피고가 판매한 담배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 (FDA)은 니코틴을 규제대상의 중독성 마약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The Surgeon General의 보고서도 담배의 니코틴이 헤로인이나 코카인과 같은 물질과 같이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흡연에 중독된 사람은 의학적 측면에서 습관성 약물 중독자와 같은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재판부에 제출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감정서는 흡연이 폐암은 물론 다양한 암을 유발시킨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담배가 폐암 등에 영향이 없다면 '국민건강증진법'으로 공중이용시설에 금연구역을 설정, 규제할 필요도 없고, 청소년에게 담배판매를 규제할 이유도 없다.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국민에게 담배의 직접흡연 또는 간접흡연이 국민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홍보하도록 하고, '담배사업법'에 의한 담배의 제조자 또는 수입판매업자는 담배갑 포장지 앞·뒷면 및 광고에 흡연이 폐암 등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표기하도록 강제할 이유가 없다. 또한 공기업과 수입판매업자가 담배제조 및 판매사업을 하지만 이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국민건강에 유해한 담배사업을 '국가'에서 법으로 허용하고, 담배 한갑에 70%정도 포함된 담배소비세·교육세 및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의 세금과 기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예속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흡연의 해악성과 중독성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즉각 항소할 것을 천명했다.

지금 유럽 등 선진국들은 담배회사에 대해 '과실책임'과 '제조물 책임'을 묻는 쪽으로 관점을 옮겨가고 있고 공공장소에서의 금연구역을 확대 하는 등 국민건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부는 사업자 및 국가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수호하는 쪽에 무게를 두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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