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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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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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고만고만한 살붙이들과 함께 개울가에 살았네.

가난한 시절 마당가 개집 앞에

찌그러진 양푼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네.

오늘 그 속에 가득히 뜨는 별을 보네.

바람 한점 없이 놀 꺼진 서녘 하늘

이팝꽃 핀 사이 불쑥 얼굴 내민 고봉밥별

그 흰 쌀밥 푸려고 깨금발을 내딛었다가 그만

돌부리에 넘어지고 말았네.

허공에서 거적 같은 어둠 한잎 툭 지고

아직도 마른하늘에서 굴러 떨어지는 아픈 별 하나

그 별 받으려고 나는 두 손 높이 받쳐들고 서 있네.

어머니가 차려놓아준 하늘밥상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흰 고봉 쌀밥 한 그릇.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창비)중에서

<감상노트>

하늘에 밥이 떠 있네. 가족들은 그 별로 지은 밤을 둘러앉아 먹었지. 개울가에 마실 와서 이내 살던 별. 가난한 마당가 개밥그릇에 그득히 뜨는 별. 찌그러진 양푼 가득 배터지게 내려앉아 궁기를 건너던 별. 그 별이 노을도 식은 서녘에 흰 쌀밥처럼 또 떴네. 시간은 나를 이곳까지 싣고 왔는데, 그 별을 따 먹고 싶은 마음 이리도 간절한데. 허공은 어둠의 이불을 펴고 잠에 빠지는데, 개밥바라기별은 총총한 눈으로 내려온다. 어머니는 하늘에 올라가서 밥상을 차리시는 것일까. 입으로 먹는 것은 오래가지 못하고 눈으로 먹는 밥이 배부른 것임을 알려주는 어머니께서 지으신 밥이 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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