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랑 직지
대한민국의 자랑 직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7.02.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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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를 찾아라’ 직지탐험대 중국간다
중국대륙 누비며 '直指' 고단한 여정 되밟다
中 3개 성에 대한 탐험·답사로 얻은 정보 수록

<'직지를 찾아라' 직지탐험대 중국간다>라는 이름을 가진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직지를 찾아라’ 직지탐험대 중국간다 이 책은 저자 정덕형씨(직지문화연구소장)가 서문에서 밝힌 대로 여행기도, 답사기도, 기행문도 아닌 보물찾기 지도라는 명칭이 어울릴 만한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정 소장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빠른 '불조직지심체요절', 그러나 원본은 어디에도 없다", "과연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은 남아 있는 것일까", "'불조직지심체요절'이 남아 있다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직지심체요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후 자신이 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중국의 3개 성에 대한 탐험 또는 답사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싣고 있다. 이와함께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직지를 우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에 저자는 중국에 있음을 확신, 독자들에게 가능성이 있는 3곳을 소개한다. 각 지역마다 직지를 찾을 수 있는 근거뿐만 아니라, 그 시대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도 이야기 해 준다. 중국 전도와 성, 시 지도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부록에서는 3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첫째 본문에서 소개하지 못한 이곳저곳의 정보를, 둘째 여행하는데 꼭 필요한 중국어 표현을, 마지막으로 다른 중국 이야기책과는 달리 중국 성들의 약칭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절강성 편에서 두번째로 소개하는 제목 -백운화상의 발자취를 따라, 하막산 천호암-이다. 주요내용을 소개해 본다. ▲ 절강성 하막산 천호암 답사에 나선 직지탐험대.
한국에서 가져온 자료를 보면 천호암은 호주시 동남쪽 묘서진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근처에 도착하니 길이 갑자기 좁아지고 표지판조차 없어 몇 번씩이나 동네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좌로 돌고 우로 돌고, 요리저리 막힌 길을 뚫고 산길을 걸어서 백운화상의 발자취를 조심스럽게 뒤쫓았다.

꽤 높은 지대까지 올라왔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이러다가 길을 잃고 중국의 외딴마을에 버려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긴장과 갈등 속에 불안을 무릅쓰고 한참을 더 나아가니 그때서야 도로 포장공사 현장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젊은 스님도 보였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우리도 이럴진대 1350년 백운화상은 어떻게 이곳을 찾아왔을까. 우리는 가이드와 자동차, 동료들이라도 있지 않은가. 656년만에 자신의 후손들이 직지의 원본을 찾아 빗길을 헤치며 천호암에 온 것을 보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무산 천호암은 지명이 여러 번 바뀌어 지금은 하막산이라 부르고 있었다. 순전히 기록만 보고 찾아온 것이니 현지 가이드가 알아듣지를 못해 더욱 애를 태웠던 것이다. 글자 한 자가 현지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석옥 청공선사는 선불교의 종조인 달마-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으로 이어지는 정통 조사의 법맥을 이은 인물로 임제 의현스님의 18대 법손이 된다. 석옥 청공선사은 41세(1321년)에 호주 하막산에 들어와 81세(1352년)에 입적하기까지 대부분을 천호암에 거주하였다.
   
▲ 절강성 항주의 직지당.

고려국 승려인 태고 보우스님(1301~1382년)이 1347년에 이곳 천호암에 주석하던 석옥 청공선사를 참배하였다는 기록이 있은데, 당시 청공선사는 77세였으며, 태고 보우스님은 48세였다.

또한 목은 이색은 직지심경 서문에서 1351년(충정왕 3년), 직지의 편저자인 백운화상(1299~1375년)이 54세의 나이로 이곳을 방문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5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먼 이국 땅의 하막산 천호암을 찾은 백운화상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고려와 송나라는 원나라에 의하여 시달리고 있었는데, 급기야는 원나라가 대륙 중원을 장악하고 송나라는 남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원나라는 밀교 계통의 라마교를 신봉하였으므로 원나라의 내정간섭을 받던 고려의 불교계 또한 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태고 보우스님이나 백운화상 같은 이는 이러한 때 고려 불교, 특히 선불교의 부흥을 도모했던 선사들이었다.

한편, 육조 혜능스님 이후 중국 남선종의 선불교는 광동, 복건 지역과 호주, 항주 등지에서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임제종을 연 임제스님의 18대 법손인 석옥 청공선사는 하막산 천호암에서 선종의 법맥을 잇고 있었다. 이는 법통을 중요시하는 선종의 성격상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중국 선사들의 법통을 직접 잇지 못했던 태고 보우스님과 백운화상은 선불교의 법통을 재확인하여 고려불교를 부흥하고, 나아가서는 고려의 국운을 재건하기 위해 천호암의 석옥 청공선사를 찾았던 것이다.

이때 석옥 청공선사는 백운화상이 큰 법기임을 알고 '불조직지심체요절' 한 권을 주었는데, 뒷날 백운화상이 이를 다시 보완하여 '백운화상불조직지심체요절'로 꾸몄으며, 이것을 그의 제자 석찬, 달담 등이 금속활자를 주조하여 책으로 펴냈으니,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에 이른 것이다.

여름비가 촉촉이 내리는데, 운림선사로 개칭 복원된 천호암을 둘러싼 넓은 능선에는 역사의 시간을 뚫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1996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이후 태고종과 조계종 스님들이 간간이 참배를 한다지만,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의 발자취와 대륙에 남아 있을지 모를 직지를 찾아 이곳 천호암에 온 것은 이번 2차 직지탐험대 일행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

저자 정덕형씨는 이 책에서 "해마다 중국 대륙을 향하는 400만명의 한국인들이 우리의 조상과 대화를 나누며, 중국의 참다운 문화를 배우고, 더불어 직지를 찾는다면 중국으로의 여행은 더욱더 즐거울 것"이라면서 "이 책이 직지를 찾는 보물지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밝히고 있다.

<'직지를 찾아라' 직지탐험대 중국간다>는 우리출판사가 지난 1월 15일 신국판 160쪽으로 초판 발행을 했으며, 가격은 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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