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55>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5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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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지면 날씨가 좋은 이유

아침·저녁 노을에 따라 고기압의 위치 변화

삶과 직결되는 날씨변화 신화로 재탄생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저녁에 하늘이 붉으면 날이 좋겠다 하고 아침에 하늘이 붉고 흐리면 오늘은 날이 궂겠다 하나니 너희가 천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마16 2-3) 성경에 보면 예수께서는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귀신들린 소녀와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과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을 고치기도 했으며, 일곱 개의 떡과 두 마리의 생선으로 성인 남자 4000명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예수를 시샘한 유태인 율법사들이 예수에게 하늘에서 오는 표적을 보여달라고 하자 예수께서는 노을을 비유로 하여 율법사들을 꾸짖었다. 무려 2000년 전에 저녁에 노을이 지면 다음날 날씨가 좋다는 이런 과학적인 사실은 성경만 아니라 캐나다 인디언 신화에서도 전해지고 있다. "혼자 집을 지키기에는 너무 외로워요. 하늘의 신이여, 저에게도 아이를 주세요." 캐나다 서쪽 끝 바닷가 섬에 착하디 착한 인디언 젊은 부부가 살았다. 어부인 남편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면 오랫동안 혼자 지내야 했던 아내는 무척 외로웠다. "커다란 소리를 따라가 보세요." 남편이 돌아올까 바닷가에 나갔던 아내는 물총새와 갈매기의 소리에 끌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큰 소라 안에 아이가 기운차게 울고 있었다. 아내는 아이를 안고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폈고, 남편도 매우 기뻐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나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붉은빛을 띠었으며, 이상한 빛이 주위를 비추는 것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비가 오고 폭풍이 부니 큰일이야. 고기를 잡지 못해 굶어 죽게 생겼구나." "아버지, 저하고 같이 가시죠. 저는 폭풍의 신보다 더 강하거든요."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들의 비범한 행동과 모습을 봐 왔기에 어부는 아들을 데리고 사나운 바람과 파도가 치는 바다로 나갔다. 폭풍의 신은 화가 났다. 그 누구도 폭풍의 신이 성질을 부리면 바다에 나오지 못했고, 행여 나오더라도 물귀신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바람아, 불어라. 파도야 솟구쳐라." 폭풍의 신은 큰 바람을 일으키고 파도를 높이 불어 올렸다. 그러나 아들은 묵묵히 배의 노를 젓는 것이었다. 아무리 폭풍을 불러도 아들이 탄 배가 끄덕도 않자 폭풍의 신은 손을 들고 말았다. 바람도 멎고 파도도 잦아들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폭풍의 신은 조카인 먹구름을 불렀다. 그러나 아들을 본 먹구름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 "힘으로 만드는 폭풍이나 먹구름으로 안 된다면 바다에서 가장 위험한 안개를 부르자." 사방에서 몰려오던 짙은 안개도 아들을 보자 소리없이 물러가 버렸다. 어떤 방법으로도 아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 폭풍의 신은 떠났고, 씨다는 잠잠해졌다. 어장에 도착한 아들은 마술의 노래를 불렀다. 고기들이 그물로 모여들었고 배는 물고기로 가득 찼다. "아버지, 저는 태양의 아들이었답니다. 아이를 원하는 착한 어머니의 소원을 하늘의 신이 들어주기 위해 저를 보낸 거랍니다. 이제 제 신분이 밝혀졌으니 저는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저녁에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물들면 제가 어머니를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저녁노을이 진 다음날은 제가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 나갔던 날처럼 바람도 폭풍도 없고 날씨가 좋을 겁니다." 기상학적으로 노을은 해뜨기 전과 해 진후 에 희미한 밝기로 지상에 태양 광선이 도달할 때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에 햇빛이 산란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을은 아침에도 생기지만 저녁때가 훨씬 더 뚜렷하고 아름다운데, 이것은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서쪽 하늘이 맑을수록 더 붉고 아름다운 노을이 생긴다. 이처럼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나타날 때는 고기압이 서쪽에 위치하고 있을 때이다. 고기압은 구름의 발생을 막고 대기의 먼지 등을 땅 근처에 머물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땅 부근의 먼지 등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산란시켜 버리고 파장이 긴 붉은색은 공기층을 통과시켜 붉고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낸다. 캐나다는 지리학적으로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편서풍대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서쪽 하늘에 저녁노을이 생기면 곧 고기압이 다가올 것이기에 날씨는 맑아지고, 동쪽 하늘에 아침노을이 생기면 이미 고기압이 동쪽으로 지나갔으므로 그 뒤를 따르는 저기압이 다가와 날씨가 기울어지는 것이다.

이 신화가 전해지는 캐나다 서쪽 바다는 대서양으로 거친 바람이 불고 흐린 날씨가 많은 지역이다. 고기를 잡아 살아가야 했던 캐나다 인디언들에게 좋은 날씨는 삶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러기에 맑은 날씨를 알려주는 지표인 저녁노을이 신화화 되었을 것이다.

폭풍을 일으키거나 먹구름의 생성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온다. 안개는 태양이 떠오르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흩어지고 만다.

폭풍이나 먹구름, 안개를 이길 수 있는 대상으로 태양의 아들을 설정한 것은 얼마나 과학적이고 기상학적인지 모른다. 몇 천년 전 인디언의 지혜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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