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 속으로
다시 일상 속으로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10.09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사상 초유의 10일간의 긴 추석연휴가 끝났다.

연휴잔치를 끝내고 분주히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는 민초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본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국의 고속도로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귀성차량들로 몸살을 앓았고, 인천국제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선남선녀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처럼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고 부모님과 고향을 찾아서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며 경노효친의 미풍양속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세상과 시대가 바뀌었는데 고루하게 차례에 얽매일 수 없다며 해외여행을 즐기고 오는 개성파들이 얽히고 설키며 사는 꽤나 괜찮은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치졸하게 사드보복이나 하고 있는 중국과 독도 침탈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 일본을 이웃사촌으로 두고, 겉으론 북한의 위협을 제압하는 보증수표인 척 하면서 속으론 자국의 이익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미국을 벗하며 사는 참으로 고단한 나라이지만.

각설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민초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긴 연휴를 보람 있게 보낸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활기차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민초들의 발걸음은 몹시 무겁고 표정 또한 어둡다.

돈 쓸 일과 돈들 곳은 많은데 주머니사정은 빠듯하고, 움직이면 돈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민초들의 심사가 좋을 리 없다.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잔뜩 받았으니 어찌 아니 그러랴.

휴일은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위무하라고 조물주가 준 특별한 선물이자 국가가 국민의 휴식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선택한 신성한 날이다.

휴일 행복지수가 선·후진국을 가르는 바로메타가 되는 세상이 될 정도로.

우리나라도 여기에 뒤질세라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주 2일 휴무제와 국경일과 설과 추석명절에 대체휴일까지 두고 국민의 휴식 있는 삶을 선도하고 있다. 정부가 휴일이 아닌 10월 2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10일간의 황금연휴를 향유할 수 있게 한 것처럼.

하여 연휴는 사이에 끼어 있는 국군의 날과 노인의 날과 개천절과 한글날을 유야무야하게 보내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국군의 날 행사를 당일에 하지 못하고 앞당겨 했듯이 추석연휴에 묻혀 기념하고 성찰해야 할 가치 있는 날들을 유야무야하게 보냈거나 빛바랜 행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아무튼 국민들이 마음 놓고 휴가를 즐길 수 있었던 건 추석 때도 쉬지 못하고 맡은바 직무에 충실했던 국군장병들과 경찰·소방관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또한 추석날도 쉬지 못하고 귀성객을 실어 나른 육·해·공 교통관계자들과 응급환자들을 돌본 의료진들을 비롯해 수고한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그들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고 다시 모두 무탈하게 일상 속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당연지사다.

특히 한 달의 삼분의 일을 쉬고도 한 달 봉급을 에누리없이 받는 샐러리맨들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그들의 임용권자인 국민을 위해, 선생님들은 그들의 고객인 제자들을 위해, 언론인들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뛰고 또 뛰기 바란다.

10월은 일 년 중 마지막 사사분기의 첫째 달로 한해살이의 결실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중요한 달이다.

그리하라고 조물주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명한 날씨를 주지 않았던가.

그 좋은 달의 삼분의 일을 쉬었으니 용기백배하여 하는 일을, 하던 공부를, 하던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하리.

어 하다가 휴일 다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민초들이여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내 일을 즐긴다'를 큰소리로 외치시라. 올림픽에서 다진 게임을 기적 같은 막판 뒤집기로 금메달을 목에 건 펜싱선수처럼.

모두 그런 마음으로 본분과 사명을 다한다면 강한 대한민국, 당당한 한국인이 될 터. 이 땅의 민초들이여 부디 힘내시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