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68>
궁보무사 <26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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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 장수에게 정식으로 도움을 청하시지요"
1.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바로 이 시간쯤,

팔결성 장수 두릉의 심복부하였던 백곡은 자기를 따르는 십 수명의 부하들과 함께 부대를 몰래 빠져나와 저 멀리 북쪽에 있는 만뢰산을 향해 한참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그와 동행하고 있는 부하들은 모두 백곡과 같은 만뢰산 출신으로서 불과 십 여년 전만 하더라도 만뢰산에서 참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고 장사를 함께 했었던 절친한 친구들이자 후배들이었다.

백곡은 자기 상관 두릉이 위험에 처해진 줄로 알고 팔결성을 몰래 빠져나와 휘하 부대를 이끌고 무모하게 팔결성을 치고자 했었다. 그러나 두릉은 창리 대신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고, 두릉은 팔결성을 감히 치려고 했던 백곡을 성 안으로 잡아들이라는 오근장 성주의 추상같은 명령을 무시한 채 백곡에게 몰래 편지를 보내 저 멀리 동쪽 금왕 세력이 있는 쪽으로 부대를 이동하게 했다.

그러나 사정이 점점 여의치 않게 되어지자 두릉은 자기 부하 백곡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편으로써 부대를 몰래 빠져나가 만뢰산이건 어디건 무조건 멀리 도망가 버리라는 편지를 다시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백곡은 너무 서둘러 부대를 급히 빠져나오다보니 중요한 물과 식량을 제대로 챙겨나오지 못했다.

그러니 낮이건 밤이건 무조건 멀리 달아나야만 할 입장인 백곡과 그를 따르는 부하들의 고생은 이만저만 심한 것이 아니었다.

거의 이틀을 쫄쫄 내리 굶으며 도망가다보니 지금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거라곤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런 하얀 쌀밥과 잘 구워진 고기 반찬 뿐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옥성(玉城) 성주 취라가 다스리는 곳입니다. 여기 가까운 곳에 장수 문강과 백락이 지키고 있는데 이제부터 잘 생각하셔야만 할 것입니다."

그의 부하중 하나가 백곡에게 슬며시 다가와 가만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백곡은 부하의 말을 듣자 갑자기 기분이 착잡해졌다. 이제부터 생각을 잘 해야만 한다니.

이것은 백곡에게 세 가지 방법들 중 하나를 반드시 택해야만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저들을 몰래 피해서 멀리 돌아가는 방법.

또 하나는 저들과 당당히 맞서 싸우거나 몰래 습격하여 식량을 확보하는 방법.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저들과 적당히 타협을 하거나 아예 도움을 받는 방법.

그러나 세 가지 방법 어느 것도 백곡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저들을 몰래 피해서 가는 방법. 그러나 피로에 지치고 허기가 진 이런 상태로 또다시 숨어서 멀리 돌아가려다가는 이들 모두 산속에서 굶어죽을 판이다.

그 다음 저들과 당당히 맞서거나 몰래 습격을 해버리는 방법. 지금과 같이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로 덤벼들었다가는 오히려 이쪽이 몰살당할 염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들과 타협을 하여 도움을 받아내는 방법.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팔결성 오근장 성주와 옥성 성주 취라는 비록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친한 관계는 아니로되 만약 두 사람중 어느 누가 위험에 처해질 경우 서로 도움을 주어야만 되는 아주 묘한 입장이다. 왜냐하면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기에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그 세력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다음에 닥쳐올 화는 자기 차례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성주의 명령을 거역하고 몰래 몸을 빼내어 달아나고 있는 백곡에게 옥성 성주 취라가 무슨 도움을 주리라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이때 또 다른 부하 하나가 백곡에게 다가와 넌지시 이렇게 말했다.

"다행히 이 근방은 옥성 성주 취라와 사이가 과히 좋지 않은 문강 장수가 지키고 있습니다. 백곡님과 평소 친분이야 없겠지만, 문강 장수는 백곡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터, 정식으로 찾아가 뵙고 도움을 청해 보도록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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